2시간 전까지 개최 여부도 불투명… "양국간 냉기류" 분석 나오기도
“회담인가 환담인가?”
1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형식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청와대는 “분명한 회담이었으며 현안에 대해 두 정상이 유익한 논의를 했다”고 밝혔지만 회담 시간이 20여 분에 그친 데다 장소도 호텔 회의실 한 켠 정도여서 통상의 정상회담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오락가락 대응은 혼선을 부채질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차 9일 출국하기 전부터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조심스럽게 확인했지만 회담 개최를 최종 발표한 것은 회담 시작 불과 두 시간 전이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오전 10시쯤(현지시간) “오늘 회담이 열리는 것을 100%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밝히면서 회담 무산 가능성마저 번졌다. 민 대변인은 약 두 시간 뒤 “오늘 회담을 하기로 했는데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여전히 모호한 입장을 밝혔고, 오후 2시에 시작된 회담이 끝난 직후에야 “한미 두 정상이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고 공개했다.
두 정상은 베이징 옌치후(雁栖湖)에서 진행된 APEC 업무오찬과 오후 제2세션 회의 사이의 짧은 막간을 이용해 만났다. 두 정상 옆에 나란히 앉은 장관 등 양국 수행원도 없었다. 때문에 ‘약식 회담’에 불과하다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청와대는 “다자회의에서 정상회담 일정 잡기가 어려운 사례는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반면 미국은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외교가의 중론이다. 10일 한중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청와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한미 정상회담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한미동맹 균열 내지는 냉기류 쪽으로 해석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데다 중국 주도의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로드맵을 지지하고 나서는 등 밀착해 가는 한중관계에 미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양국 간 과제가 이미 많이 풀린 데다 평소와 다른 아이디어를 염두에 두고 회담을 추진하다 보니 회담 장소와 시간이 (통상 회담과 다르게) 결정됐다”며 “두 정상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유익한 협의를 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베이징=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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