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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중국에 잠식당한 섬유업계, 국내 산업 초토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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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중국에 잠식당한 섬유업계, 국내 산업 초토화 우려

입력
2014.11.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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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제28회 섬유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홍원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제28회 섬유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개최한 ‘제28회 섬유의 날’ 기념식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전날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에 섬유업계는 ‘올 것이 왔다’며 충격에 빠졌다. 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한중 FTA는 결코 반갑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라고 전했다.

지금도 한중간 섬유교역에서 한국 측 무역적자가 상당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FTA가 체결되면 그 규모는 몇 배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산 의류를 비롯한 섬유제품 수입이 40억8,000만달러(2012년 기준)에 달하는 반면 국산 섬유제품의 대 중국 수출은 5억500만달러에 그쳐 35억7,800만달러 적자다. 섬유사(絲)의 경우도 국산 수출 3억3,000만달러인데 비해 수입은 7억7,900만달러로 4억4,900만달러의 적자를 나타냈다.

대부분 대기업 브랜드들이 한국을 떠나 중국, 동남아시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바람에 국내 섬유산업은 공동화 상태가 된지 오래인데다, 중국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최첨단 설비를 앞세워 품질, 생산성,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 국내 섬유산업 붕괴는 불 보듯 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두지 않고 국내에서 만들어 내수 위주로 운영하는 중소 섬유업체들은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희진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대기업이 생산하는 고어텍스, 탄소섬유 등 고부가가치 원단은 중국에서 만들기 쉽지 않고 중국에 생산공장을 둔 대기업 브랜드 업체들은 오히려 좀 더 싸게 제품을 들여올 수 있어 한중FTA로 득을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세계 3대 면화생산지인 중국의 면사, 모사가 지금보다 더 싼 가격에 한국 시장에 밀려들 경우 영세한 면사, 모사 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싼 가격을 앞세워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서 들어와 있는 중국산 생활용품, 가구, 완구 등과 힘겨운 경쟁을 하는 국내 중소기업들도 앞으로 닥쳐 올 상황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완구업체인 아카데미과학 김명관 대표는 “한국에서만 만들고 있는 비비탄을 쏘는 에어건 등 몇몇 남지 않은 국산 완구 제품도 한중FTA 이후 자취를 감추게 될까 걱정”이라며 “현재는 중국산 제품과 가격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관세인하로 중국산 가격이 더 낮아지면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연구원은 “중국은 여전히 싼 인건비를 내세워 의류, 신발, 생활용품 등 경공업 제품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만든 값싼 가구와 생활용품의 수입이 늘어나 관련 업계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영세업체들의 더 큰 어려움은 비단 중국업체들뿐 아니라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국내 업체들과도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 대형유통업체 관계자는 “중국에 공장을 둔 규모가 큰 업체의 제품이 더 싸지면 그렇지 못한 국내 영세기업들이 한국에서 만들어 납품하던 물량도 중국산 제품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며 “영세업체들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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