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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黨 대표 "기자 만나 붕괴사고 기사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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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黨 대표 "기자 만나 붕괴사고 기사 막아라"

입력
2014.11.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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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4회 맞은 서울대 모의국회 '관악민국 시간高 학교 무너져…'

세월호 참사 이후 정당 행태 풍자, 정권심판만 외치는 야당도 꼬집어

10일 저녁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연극 ‘관악민국 모의국회: 관계자 외 출입금지-정당, 그들만의 파티’에서 학생들이 가상 국가의 여당 ‘얼렁뚱당’과 야당 ‘우당탕당’의 정치인 역을 연기하면서 한국 정당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에 보인 무능을 꼬집고 있다. 모의국회 주최측 제공
10일 저녁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연극 ‘관악민국 모의국회: 관계자 외 출입금지-정당, 그들만의 파티’에서 학생들이 가상 국가의 여당 ‘얼렁뚱당’과 야당 ‘우당탕당’의 정치인 역을 연기하면서 한국 정당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에 보인 무능을 꼬집고 있다. 모의국회 주최측 제공
10일 저녁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연극 ‘관악민국 모의국회: 관계자 외 출입금지-정당, 그들만의 파티’에서 학생들이 가상 국가의 여당 ‘얼렁뚱당’과 야당 ‘우당탕당’의 정치인 역을 연기하면서 한국 정당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에 보인 무능을 꼬집고 있다. 모의국회 주최측 제공
10일 저녁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연극 ‘관악민국 모의국회: 관계자 외 출입금지-정당, 그들만의 파티’에서 학생들이 가상 국가의 여당 ‘얼렁뚱당’과 야당 ‘우당탕당’의 정치인 역을 연기하면서 한국 정당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에 보인 무능을 꼬집고 있다. 모의국회 주최측 제공

“뉴스 속보입니다. 서울 감골구에 있는 시간고등학교 건물이 무너져 학생 230여명과 교직원 30여명이 숨졌습니다. 여야는 대국민 사과 발표 이후 원인 조사에 나섰습니다.”

2014년 어느 날 가상 국가 ‘관악민국’에서 ‘시간고’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2주 전의 무리한 증축공사로 조사됐다. 사고 직후 여당인 ‘얼렁뚱당’과 야당인 ‘우당탕당’의 문제 해결방식은 기가 찬다. 여당 대표 ‘박근’은 “선거가 두 달 밖에 안 남았으니 일단 기자들을 만나 밥을 먹으면서 기사를 막자”고 당원들에게 지시한다. 그럼에도 여론이 악화되자 그는 “시간고 이사장에게 현상금 50억원을 걸고 각종 비리를 엮어서 정부의 책임을 떠넘기라”고도 명령한다. 야당도 만만치 않다. 야당 대표 ‘달제인’은 “시간고 유가족들에게 대학자유이용권을 지급하는 등 피해가정 지원을 통해 여론을 우리 쪽으로 돌리라”고 대응한다. 야당 역시 “진상규명이나 재발방지는 표를 모으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며 “광장에 얼굴이나 비추고, 선거 문구도 애도 위주로 바꿔서 이미지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쟁으로 ‘국가개조’는 뒷전으로 밀린 채 선거가 치러진 날, 이웃 ‘사회구’에서는 증축공사를 하던 건물이 또 다시 무너진다. 이때도 여야는 “언제나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말뿐이다. 비극은 반복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현실 정치의 무능을 매섭게 풍자한 대학생 연극이 10일 오후 7시 서울대 문화관에 모인 관객 400여명 앞에서 펼쳐졌다. 이날 공연은 서울대 학생 40여명이 9월부터 준비해 개최한 ‘관악민국 모의국회: 관계자 외 출입금지-정당, 그들만의 파티’ 행사의 일부다.

올해 34회를 맞은 모의국회는 1981년부터 서울대생들이 권위주의 정권에 대항하기 위해 시작한 행사로, 대학생이 현실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을 오롯이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2년에는 대선후보 청문회 형식으로 ‘대선의 법칙: 경제민주화’를, 지난해에는 TV토론회를 통해 ‘Un론: 논의되지 않은 이야기-언론과 민주주의’를 다루며 현실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올해는 세월호 사건이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도 선거에 매몰돼 존재 이유를 망각한 정당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행사 준비위원장 한상규(21ㆍ정치외교학부)씨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여야는 지엽적인 이슈로 다투기에 바빠 국가와 시민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근 역을 맡은 라웅진(20ㆍ사회학과)씨는 “정치인이 선거를 의식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모든 것을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는 정당들의 행태가 씁쓸했다”고 쓴소리를 했고, 달제인 역을 맡은 정혜령(20ㆍ정치외교학부)씨는 “야당도 정권심판만을 외쳐 본연을 역할을 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꼬집었다.

지도를 맡은 강원택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세월호 사건 등에서 나타난 것처럼 한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정당정치”라며 “민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다면 거대 정당의 독과점 체제도 오래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생운동이 침체기에 있다는 평가 속에 모의국회 행사는 그나마 대학가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사회 참여 전통으로 손꼽힌다. 한상규씨는 “시대가 변해 민주화시기 때처럼 학생운동을 할 수는 없지만 사회문제를 지적할 의무는 여전히 대학생에게 있다”며 “앞으로도 모의국회 등 행사를 통해 활발한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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