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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 지키게 법적 강제력 필요"... 증세 반대는 1명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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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 지키게 법적 강제력 필요"... 증세 반대는 1명 뿐

입력
2014.11.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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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도입 전 예비타당성 조사를...자치단체 징세권 확대로 책임 부여

보편복지는 중앙, 선별복지는 지방... 복지서비스 이원화 방안도 나와

무상복지 논란을 해결하는 방법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수입(세입)을 늘리거나 씀씀이(세출)를 줄이거나 복지 항목을 축소하거나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지하경제 양성화의 성과는 미미하고, 세출 구조조정의 핵심인 공약가계부는 사실상 폐기됐다. 일단 시행한 복지 정책을 되돌리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증세라는 정공법은 사회적 합의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1일 한국일보 전화 설문에 응한 재정 및 경제전문가 12명이 이렇게 난마처럼 얽힌 무상복지 문제를 풀기 위해 제시한 재정 해법은 궁극적인 증세를 포함해 크게 6가지로 분류된다. 문제의 원인을 네 탓으로 돌리는 정치적 논쟁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걸 감안하면 이들의 재정 해법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12명 중 6명은 지출 원칙을 바로 세우는 엄격한 재정준칙 도입을 우선 순위로 꼽았다. ‘번 만큼 쓴다’는 페이고(pay-go)와 ‘세입 내 세출’ 원칙 등이 지금처럼 느슨하게 가이드라인 식으로 운용돼서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법적 강제력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정치권의 포퓰리즘 복지 정책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국회가 ‘재정건전성을 지킨다’는 원칙을 확립하고 이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고,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복지 수요 증가에 따라 앞으로 재정적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중장기 관점에서 재정준칙 확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재정준칙의 이행을 감시할 가칭 재정협의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무분별한 복지 정책을 사전에 걸러내는 일 역시 중요하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토목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전에 시행하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복지 사업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비타당성 조사처럼 특정 복지 정책을 채택하기 전에 수요 및 편익, 비용, 파급효과, 위험요인, 재원조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방자치단체의 조세권한을 강화하면서 그에 따른 책임을 지우는 방안도 해결책으로 꼽혔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최근 복지 논란은 중앙에서 지방에 징세권한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지방이 스스로 지방세를 걷고 세율도 정해 복지 지출을 결정하는 진정한 지방분권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도 “중앙정부가 세금을 걷어 교부금을 분배하는 현재 시스템보다 지방에서 지방세를 직접 걷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현 상황에서도 지자체가 지방세 세율을 충분히 올릴 수 있는데도 중앙정부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지자체가 현행법상 조례를 통해 지방세 세율을 50% 선에서 가감할 수 있는데도 중앙정부의 입법으로 세율을 올려달라고 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김완일(한양대 겸임교수) 한국세법학회 부회장은 “공평이나 재분배 차원에서 중앙정부가 걷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했고,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의 조세권한 강화가 이론적으로는 매우 바람직하지만 세율 인상은 결국 지방선거에서 질 수 있다는 공식이 성립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기초생활보장처럼 꼭 필요한 복지는 중앙정부가 도맡는 대신, 수혜 대상을 확대하거나 서비스 종류를 늘리길 원할 경우 지자체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복지 서비스 이원화 방안도 눈길이 간다. 보편복지에 속하는 기본 서비스는 중앙이, 선별복지가 필요한 한 단계 높은 서비스는 지방이 책임지는 구조다.

예컨대 무상보육의 경우 소득 하위 70%까지는 정부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그 이상 소득 계층에게도 혜택을 줄지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역간 복지 격차 우려는 지역상생기금 등을 활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증세에 직접 반대하는 전문가는 12명 중 단 1명 뿐이었다. 홍기용 교수는 “증세보다 세출 구조조정과 소득세 등 세입 구멍 차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전문가는 증세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했다. 다만 증세 방법을 두고는 “조세저항이 적고 선진국의 절반 수준(10%)인 부가가치세 인상 먼저”(김성순 단국대 교수, 김완일 교수), “기업사내유보 과세에 이어 법인세 인상 필요”(박진 교수), “징세 여력이 있는 소득세 인상 정도”(김정식 연세대 교수), “법인세 소득세 위주로 인상”(유종일 KDI 교수) 등으로 갈렸다. 증세 논의를 위한 사회적 합의 모색이 절실하다는 방증이다.

이밖에 “복지보다 경기 부양 효과가 덜한 SOC 사업을 줄이는 예산사업 구조조정”(박진 교수), “불투명하고 무책임한 세법 관련 입법 구조 개선”(홍기용 교수), “출산율 등을 감안해 무상복지의 우선 순위를 정해야”(김완일 교수) 등도 해법으로 거론됐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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