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할 순 없어도...꾹 눌러쓴 그리움 북녘에 닿기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전할 순 없어도...꾹 눌러쓴 그리움 북녘에 닿기를

입력
2014.11.11 20:00
0 0

최북단 백마고지역 찾은 관광객 등 통일 염원담긴 손 편지 써 우체통에

인근 초등생들도 "네 동네 가고 싶어"...500여통 편지는 역사 곳곳에 전시

11일 강원 철원군 백마고지역에서 학생들과 주민, 관광객들이 통일을 염원하는 손 편지를 적어 '북녘하늘 우체통'에 부치고 있다.
11일 강원 철원군 백마고지역에서 학생들과 주민, 관광객들이 통일을 염원하는 손 편지를 적어 '북녘하늘 우체통'에 부치고 있다.

“불과 산 몇 개를 두고 있을 뿐인데, 우린 서로 한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구나. 서로 다른 생각을 이해하느라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 조금만 배려한다면 누구보다 강대국이 될 거라고 생각해…”(철원 묘장초교 5학년 남주현 양의 손편지 중에서)

11일 경원선 마지막 철도역이자 최북단 역사(驛舍)인 강원 철원군 백마고지역에서 우정사업본부와 코레일, (사)손편지쓰기운동본부가 함께 한 ‘북녘하늘 우체통’ 제막식이 열렸다. 올해가 경원선 건설 100주년이어서 의미가 더했다. 백마고지역을 방문한 관광객은 누구나 이 우체통에 손 편지를 보낼 수 있다. 물론 편지들이 북녘에 직접 전해지진 않지만, 통일을 염원하는 실향민의 애환은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게 됐다.

우체통 제막식을 위해 오전 9시30분 서울역을 출발한 DMZ평화열차 3개 차량은 마음 만이라도 북녘을 찾아가려는 관광객들로 시끌벅적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평화열차가 개통된 이후 이렇게 많은 승객이 탑승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승무원들도 놀랐다. 앞으로도 승객으로 가득 찬 열차를 자주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막식에서 접경지역 학교인 철원 묘장초교 학생 41명의 통일 염원을 담은 편지가 북녘하늘 우체통으로 옮겨졌다. “우리동네는 서울보다 북한에 더 가깝다”는 안승환(11)군은 “동네에 또래 친구가 별로 없는데, 나도 너희 동네에 가서 놀고 너희도 우리 동네에 와서 놀았으면 좋겠다”고 편지에 썼다. 김한희(12)양은 “통일이 되면 같은 국가명으로 올림픽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날 하루 백마고지역 방문객과 묘장초교생, 인근 주민 등 모두 500여 통의 손 편지가 북녘하늘 우체통에 전해졌다. 우체통은 보통 우체통의 4배 정도 크기의 파란색으로 만들었다. 백마고지에서 바라보는 북녘하늘이 유난히 파랗게 보인다는 실향민들의 말을 토대로 디자인했다. ‘백ㆍ마ㆍ고ㆍ지’를 운으로 하는 즉석 4행시 대회도 열렸다.

이곳에 전해진 손편지는 백마고지역사 곳곳에 전시될 예정이다. 백마고지역 명예역장인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장은 “손 편지는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글자마다 글쓴이의 정성과 마음을 그대로 전달해 주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실향민들 뿐 아니라 독거 노인들의 소풍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화요일을 제외한 하루 한 차례 서울역-백마고지역 간 DMZ평화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백마고지 일대 안보 투어버스 차량과 점심이 제공되며 비용은 1인당 약 4만원이다. 만65세 이상은 열차비용이 무료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