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퇴선지시 이행 확인 안 해, 사실상 안 한 것과 다름 없다" 주장도
11일 이준석 세월호 선장에 대한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무죄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퇴선지시’를 인정한 이상,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퇴선지시’를 너무 형식적으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형법상 이 선장의 부작위 살인죄를 인정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승객들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상황을 인식하는 것’에서 더 나가 당시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두기로 ‘결심’했다는 점, 즉 고의성을 반드시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선장의 ‘결심’부분 입증이 부족하고, 오히려 선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퇴선지시’를 했다고 봤다.
재경지법의 한 형사법관은 “팬티만 입고 도망치던 이 선장의 모습이 뇌리에 남아 유죄가 인정되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중형인 살인죄 적용은 가장 신중해야 하고 법이 감정에 따라 움직일 수도 없는 것”이라며 “공판중심주의 체제 하에서는 아쉬워도 법정에서 입증된 정도 안에서 법리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해훼리호 사건 담당 검사였던 김희수 변호사도 “선장이 작위 의무를 일정 부분 이행했다는 증거가 인정됐다면 법원이 판결을 잘못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마지못해 한 기계적인 ‘퇴선지시’와 실질적 ‘퇴선지시’에 대해 재판부가 구체적인 판단을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세월호 유가족의 법률 지원을 담당한 김용민 변호사는 “퇴선지시를 하고 선장이 이행을 확인하지도 않은 것은 사실상 퇴선지시를 안 한 것과 다름없다”며 “(선장이 있었던) 조타실과 선원들이 구조된 갑판에서 기적 소리를 통한 퇴선지시가 가능했는데, 이걸 이행하지 않은 선장은 (퇴선지시를) 안 한 것과 다름없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기관장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결심’ 부분까지 입증이 된 이상 유죄는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수도권의 한 형사합의부 부장은 “부상을 당한 동료를 두고 퇴선하고 해경에도 알리지 않은 것은 ‘해야 할까’와 ‘말아야 할까’ 사이에서 후자를 ‘결심’했기에 가능한 부분”이라며 “이 선장과 달리 피해자가 확실하고 (살인을) 결심한 정황 또한 명확해 유죄 선고는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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