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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선고되는 순간 선장, 미동조차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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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선고되는 순간 선장, 미동조차 안 해

입력
2014.11.1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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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피고인들은 상기된 표정… 재판부, 유족 반발에 서둘러 퇴정

“피고인 이준석을 징역 36년에 처한다.”

11일 오후 2시27분쯤 광주지법 201호 법정.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15명) 사건을 맡은 형사11부 임정엽 부장판사가 중형을 선고하는 순간, 피고인석에 서 있던 이 선장은 고개를 떨군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선고를 앞둔 이날 오후 1시 법정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재판부와 방청석을 향해 목례를 하는 등 평소와 다름 없는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재판부가 세월호 사고 원인과 적용 죄목, 양형 이유 등을 읽기 시작하자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다. 간간이 눈을 감았고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기도 했다. 다른 피고인들도 유죄 취지의 선고가 이어지자 얼굴이 벌겋게 상기됐다. 선고 내용을 메모하던 몇몇 변호인들은 재판부가 자신들의 의뢰인에게 중형을 선고하자 재판부를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이날 선고 공판에서 임 부장판사는 “세월호 사망자들의 명복을 빌고, 생존자 및 유족들도 고통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얻기를 기원한다”며 재판을 시작했다. 선고 시간만 1시간 30분 정도 이어졌다.

하지만 재판부가 1명을 제외하곤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고 선원 15명에게 모두 징역형을 선고하자 법정에선 소란이 벌어졌다.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유족 몇몇은 재판부를 향해 “이게 대한민국 법정이냐! 개XX들아!” “어떻게 이런 식으로 형(刑)을 때리냐”고 소리쳤다. 일부는 “우리 새끼 돌려줘, 데리고 가게” “우리 새끼들 불쌍해서 어떻게 해”라며 오열했다.

유족들의 반발에 재판부는 피고인들을 퇴정시킨 뒤 다소 상기된 모습으로 서둘러 법정을 빠져나갔다. 그 동안 29차례 공판 내내 재판이 끝나고 유족들이 모두 법정을 밖으로 나간 뒤에야 자리를 뜨며, 유족들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지던 재판부였다. 임정엽 부장판사는 그간 29회의 공판을 시작하고 마무리할 때마다 항상 유가족 진술을 들었고, 증인·피고인 신문 끝에도 유가족의 질문을 받아 대신 묻는 등 유무죄 판단에서 나아가 유가족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데에 노력을 기울였었다. 유가족들의 이름을 외워 불렀고, 가끔 흥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가 있으면 일으켜 세워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계속 이러시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다독였다.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는 선고 직후 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나라는 저희 가족의 바람을 외면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인 김영훈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살인죄에 대한 유죄를 받아내야 한다”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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