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을 챙겼다면 노무현이 그리 가진 않았을 거다. 모진 이는 다르다. 대비가 얼마나 살뜰했던지 황제 저리 가라다. 벌은 보험이 막는다. 싸늘한 이를 따듯하게 만드는 채권도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 일어난 권력형 비리와 범죄에 관용을 베풀어선 안 된다.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로 정치권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금액은 이명박 정권이 추진한 4대강 사업과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초래한 손실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 박창근 교수가 계산한 바에 의하면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22조원의 사업비보다 3배나 되는 65조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낙동강의 썩은 물에서 풍겨오는 악취는 4대강 사업과 엠비정권의 상징적인 유산이지만, 앞으로 수자원공사의 부채를 갚기 위해 우리의 세금이 올라가고 수도요금이 오를 때 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비명이 새어나올 것이다. 4대강 ‘위장 대운하’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주도한 것이고, 정권 핵심 실세였던 ‘만사형통’ 이상득과 ‘왕차관’ 박영준은 자원외교라는 미명 아래 천문학적 돈을 뿌리고 다녔다. 고기영 교수의 추정에 의하면 자원외교는 약 56조원의 부채를 우리에게 남겼다고 한다. (…) 아무리 나라에 큰 손해를 끼쳤다고 해도 실패한 사업에 다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판단착오나 환경변화로, 아니면 그냥 운이 나빠서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서 벌어진 여러 실패한 사업들에는 권력 실세들이 개입되어 있고, 구체적인 정황증거로 볼 때 비리와 범죄의 개연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이런 일들에 앞장선 많은 이들이 책임을 지기는커녕 정부의 포상을 받기도 하고 영전도 하면서 희희낙락하고 있다. “녹조가 생기는 건 수질이 나아졌다는 뜻”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적반하장이 뒤틀린 현실을 상징한다. (…) 지난해 4대강사업조사위원회가 편파적으로 꾸려지는 것을 보고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잘못을 응징하고 청산하려는 생각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 이제 야당이 책임지고 국정조사를 관철해내야 한다. 거듭된 선거 참패와 세월호법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기회주의 등으로 야당은 존재 이유도 국민의 신뢰도 상실했다. 이명박 정부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는 야당에 마지막 기회다.”
-이명박 정권의 비리 청산을 위하여(한겨레 ‘세상 읽기’ㆍ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사장)) ☞ 전문 보기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겪은 ‘퇴임 후’와 대하면 ‘전직 대통령 이명박’은 태평세월이다. 이 전 대통령 부부는 10차례 국빈급 외유를 다녀왔다. 현직 박 대통령과 버금가는 횟수다. 청와대 경호실의 경호를 받은 국내 행사는 1924회에 달한다. ‘황제 테니스’를 치고, 전국을 누비며 측근들과 골프를 즐기고, ‘이명박 대통령의 철학과 업적을 유지ㆍ계승ㆍ발전시키는’ 기념재단 설립은 거칠 게 없다. 소위 ‘노가다 정권’의 삽질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일각을 드러낸 해외자원개발 사업,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실상은 충격적이다. 해외자원개발에 40조원을 투자해 35조원을 날렸다. 대통령이 직접 나선 ‘VIP자원외교’ 35건도, 자원외교특사를 자처한 ‘만사형통’ 이상득의 야심작 ‘볼리비아 리튬 사업’ 등도 죄다 엎어졌다. 현재까지 드러난 자원외교 손실액이 56조원이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ㆍ도교육청의 무상급식 지출액이 2조3738억원이다. 23년치 무상급식 예산을 부실·부패한 정권 사업 하나로 말아먹은 셈이다. (…) 박 대통령은 소위 ‘사자방’(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산) 중 방산 비리 척결만을 주문하고 새누리당과 검찰도 그것에만 움직인다. 자원외교와 4대강은 이명박 정부를 상징하는 국책 사업이고, 직접적이고 최종적인 책임이 MB를 향한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문을 열지 못하고 주저하는 까닭이다. (…) 박근혜 정부 들어 MB정부의 실정과 정권 차원의 비리 의혹을 제대로 단죄한 기억이 없다. 이 전 대통령과 직결되는 사안에 이르면 이상하게 꼼짝을 못한다. 내곡동 사저 의혹에서도 당사자인 MB에 대해 서면조사조차도 벌이지 못한 검찰이다. ‘여론정치의 귀재’라는 박 대통령답지 않게, ‘인기 없는 전직 대통령’을 극구 감싸고 돈다. 왜 그럴까, 궁금하다. 무슨 ‘빚’ 때문인가. 국정원과 군, 국가보훈처 등을 동원해 ‘박근혜 당선’을 도운 게 ‘MB의 보험’이었나. 대선이 한창이던 2012년 9월2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의 이례적인 ‘2시간 독대’에서 끊기 어려운 연결고리가 생긴 것일까. 물론 모두가 정황에 따른 추측일 뿐 진실은 알 수 없다. (…) 실패한 자원외교는 앞으로도 7조원 이상의 뒷설거지 비용이 들어간다. 4대강 사업은 수질악화·생태계 파괴 등 환경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유지·보수에만 매년 50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무엇이 잘못되었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가려야 올바른 출구를 찾을 수 있다. 국회 국정조사와 함께 4대강 사업·자원외교 책임자 고발 사건의 검찰 수사가 절실한 이유다.”
-“가장 행복한 전직 대통령”(11월 7일자 경향신문 기명 칼럼ㆍ양권모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사기다. 양보해도 미필적고의쯤은 된다. 공짜 복지는 형용모순에 가깝다. 집토끼와 산토끼 다 잡고 싶었다. 돈은 없었다. 이미 허투루 날렸다. 지방도 속았다. 전가가 무슨 분권인가.
“복지 논쟁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 전국의 시장과 군수들이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정부에 반기를 들고 있다. 진보교육감들은 무상보육을, 보수 시ㆍ도지사는 무상급식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앙과 지방의 전면전이자 진보와 보수가 벼랑 끝 승부를 벌이는 형국이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방에서 우선 순위를 둬서 해결하라”고 말하고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중앙정부도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모두 지방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 여권의 주장은 이데올로기적 공세의 성격이 짙다. 공약 파기 논란을 진보진영과의 대립으로 몰아가 돌파하려는 의도가 역력해 보인다. 무상보육이나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으로 보는 인식부터가 잘못됐다. 무상보육은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다. (…) 무상급식은 자라나는 아이들 건강을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다. 헌법 31조에는 의무교육을 무상으로 하도록 규정돼 있다. 무상급식은 책걸상과 같은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청와대는 “무상보육은 법적 장치가 마련돼있지만 무상급식은 그렇지 않다”고 했지만 궤변에 가깝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은 복지나 시혜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이자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고유의 의무다. 돈이 없으면 빚을 내서라도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지키는 데는 당연히 돈이 든다. 돈이 없으면 세금을 더 거두는 방법밖에 없다. (…) 그러나 박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증세를 통한 복지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지만 박 대통령은“세금 거둬서 복지하는 것처럼 쉬운 일이 무슨 정책이냐”며 호언장담했다. (…) 하지만 박 대통령이 약속한 ‘공짜 복지’ 공약은 이미 허구로 판명 났다. 증세의 대안으로 거론했던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탈세를 뿌리뽑겠다는 약속은 실패했다. 설혹 일부를 충당한다 해도 임기 5년간 복지공약 가계부를 통해 제시한 135조원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박 대통령은 잘못된 공약부터 사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재앙은 다가오는데 증세는 없다는 공허한 구두선에만 매달려 있을 때가 아니다. 솔직히 증세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바람직한 증세의 방향에 대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서민에게 부담이 큰 담뱃세나 지방세 인상 같은 ‘꼼수 증세’로 적당히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부자일수록 더 많이 내는 소득세와 법인세 등 직접세를 먼저 올리는 것이 증세의 정도다.”
-박 대통령 복지 논쟁에 솔직해야(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이충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행복동으로 가는 차를 타게 된 것은 내 뜻과 무관하지만, 그래도 행선지 이름은 마음에 들었다. 그 동네에 가면 왠지 나도 행복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고 오산이었다. (…) 그 차를 타면 누구나 100% 행복한 동네로 간다고 얼마나 요란하게 떠들었던가. 현란한 광고문구를 보고 긴가민가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탄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했던 대로 처음부터 차는 엉뚱한 길로 들어섰다. 예고했던 행선지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지금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알 수도 없다. 거칠게 핸들을 꺾으며 갈팡질팡하는 걸 보면 그 자신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 그래도 그는 밟기만 한다. 어디가 고장인지 모르는 것 같다. 급가속과 급정거, 신호위반에 난폭운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역주행도 한다. 승객들 등줄기에선 식은땀이 흐른다. 준비된 베테랑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완전초보 아니냐는 불만이 승객들 목구멍까지 차오르고 있다. 무면허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 운전 미숙이 결국 사고를 불렀지만, 그래도 그는 당당하다. 불평하는 승객들을 향해 “이제 그만 하라”며 싸늘한 눈길을 보낸다. (…) 차에는 온갖 광고문구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경제부흥ㆍ국민행복ㆍ문화융성ㆍ평화통일을 주제로 140개의 다양한 약속들이 내걸렸다. 재원 마련 대책이 없는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상 최초로 공약가계부란 것까지 만들었다. 세입 확충(51조원)과 세출 절감(84조원)을 통해 135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는 중앙정부도 죽을 맛이라며 영ㆍ유아 무상보육 예산을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 줄줄 새는 방위사업 분야 혈세만 줄여도 무상보육 예산은 충분할지 모른다. 4대 중증 질환 100% 국가부담, 고등학교 무상교육, 초등학교 온종일 돌봄교실 운영, 소득연계형 반값 등록금, 군 복무기간 3개월 단축, 전작권 전환 등 파기한 공약 리스트는 줄줄이 이어진다. 한국의 복지 지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9.3%로 OECD 회원국 평균(21.8%)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 남북 대치 상황에 따른 방위비 지출 부담 탓이라고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나 국방 분야 혈세 낭비를 막을 각고의 노력을 해본 뒤에 할 소리다. (…) 잘못 산 물건은 환불하면 그만이지만 잘못 탄 차는 운전기사가 멈추기 전엔 내릴 수도, 갈아탈 수도 없다. 현란한 광고문구에 현혹돼 번번이 차를 잘못 탄 우리는 ‘호갱님’ 맞다. “호갱님, 또 당황하셨어요?” 누군가의 비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호갱님, 또 당황하셨어요?”(중앙일보 기명 칼럼ㆍ배명복 논설위원 겸 순회특파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