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품목군에 8836개… 중국이 기술 추격하는 무방비 中企 제품만 즐비
10일 한국과 중국 정상이 자유무역협정(FTA) 실질적 타결을 선언한 뒤 정부는 “중소기업들의 중국시장 진출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농축수산물 시장을 지키는 대신 대기업 중심 업종들은 다소 양보하더라도 기술력을 갖춘 유망 중소기업에게 중국진출 기회를 열어 준 협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양국이 개방한 공산품 품목들을 살펴보면 대기업들은 이미 중국에 생산시설을 갖춰 별 혜택도 손해도 없다. 반면 중국 기술력이 근접하게 따라온 중소기업 중심 업종은 향후 관세가 인하되거나 철폐되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1일 추가 공개한 공산품 양허(Concession) 유형을 보면 중국이 10년 이내 관세를 철폐하는 ‘일반품목군’에는 유선통신기부품(5년 이내) 믹서 자켓 운동기구(10년 이내) 등 4,686개가 포함됐다. 한국은 음향기기(즉시), 플라스틱 제품과 금속 절삭기계(5년 이내), 차체 부분품(10년 이내) 등 8,836개가 일반품목군에 속한다. 이른 시일 내에 관세가 철폐되는 일반품목군에 중국과 기술 격차가 좁은 중소기업 주력 상품들이 집중돼 있는 것이다. 더욱이 아직 양허 유형별 개별 상품이 모두 공개되지 않아 피해 업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중국은 이번 협상에서 조금 더 노력하면 우리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는 상품들을 20년 이내에 관세를 철폐하는 ‘민감품목군’으로 묶었고, 기술 격차가 큰 상품들은 아예 양허 대상에서 제외해 자국 시장에 우리 중소 기업이 진출할 길을 막았다.
한중FTA 발효 이후 대기업은 별 영향이 없는 반면 기술력이 다소 낮은 중소기업들은 중국 진출은 여전히 막힌 상황에서 한국 시장에 몰려올 중국 제품과 무한경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근간이지만 대부분 영세한 뿌리산업(금형 주조 용접 등)은 싼 인건비에 기반한 중국산 저가 제품이 밀려올 경우 큰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 업종은 한중FTA에 전혀 대비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 9월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기타제품 제조업의 77.8%, 가구제품 제조업의 59.1%가 한중 FTA 발효 시 영향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17.2%가 “대비방안이 없다”고 했을 정도다.
정부가 이번 FTA에서 우리 쌀과 농산품을 지킨 대가를 중소기업들이 치러야 하는 형국이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