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 "이게 무슨 재판이냐" 울분
“이 정도 형벌로 아이들을 차디찬 바닷물에 수장시킨 저들의 죄를 씻을 수 있단 말입니까.”
11일 오후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의 선고공판이 끝난 후 30여명의 유가족들은 결과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듯 허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법정을 떠나지 못했다. 선장에게 살인죄도 적용되지 않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한 재판 결과에 유가족들은 분노하고 또 허탈해 했다. 침통한 표정으로 법정을 벗어나던 유가족들은 “불쌍해서 어떡해, 내 새끼”를 연신 되뇌며 울부짖었다.
단원고 고 최진혁 군의 어머니 고영희(41)씨는 “안산에서 광주 법정까지 오가기를 수십 번, 그때마다 선원들의 앞길에 아이들이 겪었을 고통을 다 합친 것과 같은 고통이 닥치길 빌었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 법은 그들에게 고작 5년에서 30년 정도로 304명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씻을 수 있게 해주려 한다”고 분노했다. 이어 고씨는 “내 모든 일상과 미래는 4월 16일 이후 산산이 부셔졌고 여기에 있는 모든 엄마 아빠들의 삶 역시 그렇게 사라졌는데 그 대가가, 그 책임이 고작 이런 것이냐”며 눈물을 쏟았다.
재판을 지켜본 후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울먹이던 단원고 고 박수현 군의 아버지 박종대(50)씨는 “윤일병 사건은 폭행치사였는데도 징역 45년 받았는데 이번 판결은 말이 안 된다”고 비난했다.
같은 시각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409호 법정에 설치된 120인치 대형스크린을 통해 광주지법 재판을 지켜본 20여명의 가족들 역시 “우리 애들은 누가 죽였는데 살인죄가 적용이 안되냐”고 소리치며 오열했다. 유가족들은 재판 이후 “차라리 그냥 다 풀어줘라. 이게 무슨 재판이냐”며 울부짖었다. 한 유가족은 “다른 나라는 세월호 같은 사고에서 선장에게 몇천년형을 선고하던데 이 나라는 뭐냐”면서 “아무리 애들이 죽어서 말이 없다고 이런 식으로 판결을 하냐”고 탄식했다.
단원고 고 이수연 양의 아버지 이재복(67)씨는 “적어도 선장에게는 살인죄를 선고할 줄 알았는데 기대에 너무 못 미친다”며 “재판부가 선고를 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들을 변호한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선고 공판 직후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들의 기대가 무참히 무너졌다”며“검찰이 항소를 해 피고인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광주=하태민기자 hamong@hk.co.kr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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