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이 어제 종료됐다. 참사 209일 만에, 304명의 희생자 가운데 9명을 바다 속에 남겨둔 채다. 정부는 정홍원 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연 뒤 범정부대책본부장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을 통해 ‘수색 종료’를 발표했다. 7개월 가까이 이어온 수중수색이 선체 붕괴와 기상여건 악화 등으로 한계에 부딪친데다 자칫하면 또 다른 희생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안타깝지만 불가피한 선택이다.
실종자 가족들도 이날 진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처럼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평생을 슬픔에 잠겨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분들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된다”며 수색 종료를 요청했다. 이들은 이 장관과 대변인 역할을 해 온 배의철 변호사, 잠수사와 자원봉사자들, 진도군민 등에게 고마움을 했다. “내 자식, 내 가족을 찾아 품에 안고 목놓아 울고 싶은 희망 하나로 고통을 견뎌 온” 가족들의 용단에 대해 이 장관은 “죄인의 심정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국민 대다수의 마음도 그와 같을 것이다.
승객들을 버려둔 채 도망한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1심 판결도 이날 나왔다. 이준석 선장은 유기치사상죄 등으로 징역 36년이 선고됐으나, 관심을 모았던 살인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해경이 도착할 무렵 2등 항해사에게 승객 퇴선조치를 지시한 점 등으로 볼 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바로 옆에서 추락해 부상한 동료 2명을 그대로 둔 채 퇴선한 기관장 박모씨에게는 살인죄가 적용돼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승객들에 대한 살인’이 모두 무죄가 난 것에 대해 유족은 반발했지만 법리상 부당한 판결이라 비난하기 어렵다. 304명의 희생이 선원들만의 잘못이 아니라 해경의 무능과 선사 및 해운업계의 구조적 비리 등이 겹쳐진 결과임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오히려 수사와 재판만으로는 참사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
세월호특별법 국회 통과에 이어 수색 종료와 1심 선고로 세월호 사태는 한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선체 인양 문제도 난제다. 정부는 기술적 검토와 실종자 가족과 전문가의 의견 수렴,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실종자 가족들은 ‘수색의 최후수단’으로서 인양을 강력히 요청한 반면, 일각에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인양 대신 사고해역을 해상추모공원으로 만드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참사 수습과정에서 우왕좌왕하다 갈등만 키운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논의기구를 조속히 가동해 충분한 협의를 거쳐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더 큰 과제는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시스템을 혁신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철저한 진상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진상규명 없는 혁신 주장이 얼마나 공허한지는 정 총리가 유임 이후 제안한 국가혁신위원회의 지지부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향한 험난한 항해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다 끝났다. 이제 그만 잊자”는 목소리다. 서해훼리호 침몰사고부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숱한 참사를 겪고도 땜질처방으로 넘겨온 우리사회의 적당주의가 세월호 참사의 근원(根源)이다. 어여쁜 꿈을 간직했던 우리 아이들의 죽음을 절대 잊어서도, 헛되이 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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