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은 '승무원 방치' 살인죄 적용… 가족대책위 "기대 무참하게 무너져"
세월호에 갇힌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이준석(68) 선장에게 징역 36년이 선고됐다.
법원은 이 선장의 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대신 부상 당한 동료 승무원 2명을 방치하고 퇴선해 사망케 한 기관장 박모(53)씨에게만 살인죄를 적용,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 임정엽)는 11일 이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이 선장에 대해 “승객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퇴선을 돕는 행위를 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며 유기치사ㆍ상죄 등을 적용해 이 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검찰이 이 선장에게 적용한 살인죄와 수난구호법 위반죄 등 3개 죄목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이 선장이 승객들에 대한 퇴선지시를 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선장의 행위로 승객들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인식을 넘어 이를 용인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함께 구속 기소된 강모(42ㆍ1등 항해사)씨에게는 징역 20년, 김모(46ㆍ2등 항해사)에게는 징역 15년, 박모(25ㆍ3등 항해사)와 조모(55ㆍ조타수)씨에게는 징역 10년, 신모(33ㆍ1등 항해사)씨 등 나머지 피고인 9명에게는 징역 5~7년을 각각 선고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가 이준석 선장에게 사형을 선고해 타인의 생명을 지킬 의무를 저버리고 수백 명을 희생시켰을 때 자신의 생명도 보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천명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그런 가족들의 기대는 무참히 무너졌다”고 반발했다. 검찰은 “재판부의 공소사실 인정 및 법리 판단에 있어서 많이 아쉽다”며 즉각 항소키로 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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