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이 국외 판매되지 못한 금을 대거 사들여오고, 러시아 2대 은행으로 미국과 유럽의 제재 대상인 VTB가 상장 지역을 런던에서 중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사실이 10일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서방이 가한 제제의 충격이 갈수록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러시아 경제개발장관이 8일 “러시아가 제재로 피해볼 수밖에 없다”며 “부정적 영향은 추가 제재가 가해질 때뿐 아니라 지금의 제재가 장기화하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 이후 이 같은 사실들이 공개됐다.
복수의 익명 소식통은 “제재 때문에 러시아 금광업계가 국외 처분하지 못한 금을 러시아 중앙은행이 대거 사들여왔다”고 전했다. 러시아 금광업계는 생산한 금을 VTB를 비롯한 러시아 은행에 처분하며, 러시아 시중은행은 사들인 금을 자국 중앙은행 또는 외국 은행에 재판매해 왔다.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린 런던금시장협회(LBMA) 회동에 참석한 소식통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자국 시중은행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효과와 함께 더 중요하게는 금 보유 증대를 통해 유동성 여력도 확대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세계금협회(WGC)에 의하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들어 약 115톤의 금을 사들였다. 이는 지난해의 77.5톤과 2012년의 75톤보다 모두 많이 늘어난 수준이다.
VTB의 안드레이 코스틴 회장 겸 CEO는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비즈니스 회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런던 증시(상장) 상황에 만족하지 못해 심각하게 재고 중”이라며 “(상장 지역을 바꾸는 것과 관련해) 중국 증시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VTB는 2007년 이후 모스크바와 런던 증시에서 동시 거래돼 모두 140억 달러 이상을 차입했다.
코스틴은 러시아 TV 회견에서 그러나 “연내 중국 증시에 상장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VTB는 9월 러시아 재무부에 우선주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2,140억 루블(48억 달러)을 지원받은 데 이어 추가로 최대 2,000억 루블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러시아 신문이 지난달 보도했다. 코스틴은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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