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각종 안보 위협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방공호 기능을 갖춘 주거시설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 미국 캔자스주 콩코르디아의 미사일 격납고 터에 지어진 지하 15층 규모의 ‘생존 콘도’가 성황리에 분양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사일 격납고를 개조해 지어진 이 콘도는 방공호 기능을 갖춰 핵무기 공격도 견딜 수 있다. 해당 부지를 인수한 부동산 개발업자 래리 홀도 애초에 미사일이 위치해 있던 지하에 주거 공간을 마련하고 각각 1만 6,000파운드(약 7,257㎏)에 이르는 2개의 철문을 남기는 등 원래의 격납고를 살리는데 주안점을 뒀다.
외관상으로 콘도는 정문을 제외하고 아무 것도 없지만 지하로 내려가면 첨단 장비와 호화로운 시설을 갖추고 있다. 깨끗한 물과 신선한 공기를 공급할 수 있는 정화시설, 최신 컴퓨터 네트워크 기술, 비상시 대체 발전시설, 피트니스 센터, 스파, 영화관 등이다. 콘도에는 최대 75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거주민들은 높은 수준의 경호도 받는다. 공항을 가거나 640㎞이내 지역 여행 시 무장 차량이 지원되며 평소에도 무장한 경호원들이 정문을 지킨다. 각 가구에는 최소 5년을 버틸 수 있는 비상 식량도 제공된다.
분양 가격은 150만~300만 달러(약 16억2,700만~32억5,500만원)에 이르지만 2012년 콘도 완공 후 1년 만에 분양이 마감됐을 만큼 인기다. 래리 홀에 따르면 의사, 과학자, 기업인 등이 주로 콘도를 분양 받았다. 래리 홀은 이 콘도와 비슷한 성격의 주거시설을 다른 지역에 하나 더 짓고 있다.
스포츠 바와 나이트 클럽을 운영하는 타일러 알렌(45)도 거금을 내고 콘도를 분양 받았다. 알렌은 “나는 지구 종말을 대비해 콘도를 구입한 게 아니다”라며 “안보 위협, 전염병, 기후, 테러 공격 같은 현실적인 위기에 대비해 콘도를 분양 받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11테러 이후 미국인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비상시에도 생존할 수 있는 주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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