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스모그 때문에 고민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각국 정상들이 모인 만찬회장의 환영 인사 중 스모그 이야기를 꺼낸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저녁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내 수영경기장 수이리팡(水立方)에서 마련된 만찬회 서두에서 “최근 며칠 간 매일 아침 일어나면 먼저 공기가 좋은지 어떤지 확인했다”며 스모그 때문에 마음 졸였던 심경을 털어놨다. 시 주석은 이어 “사람이 노력했고 하늘이 도와서 최근의 공기는 나쁘지 않다”며 “이런 푸른 하늘을 ‘APEC 블루’라고 부르며 일시적인 것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반드시 영원히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APEC 회의 개막을 앞두고 사나흘 전부터 베이징을 포함한 수도권 전역에 대해 전면적인 차량 홀짝제를 시행했다. 시내 건설공사에 대해서도 조업중단 조치를 취했다. 모두 스모그 유발 물질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덕분인지 지난 8일 이후 베이징의 스모그 농도는 일시적으로 PM2.5(초미세먼지) 수치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의 4배인 100/㎥ 이상 올라가는 일도 있었지만 그 전 만큼 심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기질 개선을 위한 이런 강제 조치 때문에 난방을 위한 석탄과 나무 땔감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베이징 외곽 마을 주민들은 추위에 떨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자신의 성을 ‘바이’라고만 밝힌 68세 남성은 9일 “밤에 홑이불 세 장을 덮고 잔다”면서 “연기가 발생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벽돌 침대를 덥힐 수가 없다”고 말했다. 추운 중국 북부의 가옥에서는 전통적으로 침대 기단을 높여서 석탄으로 난방을 공급해 밤낮으로 온기를 유지한다. 이 남성은 석탄이나 나무 땔감 대신 대신 천연가스나 질 좋은 석탄이 공급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주민들은 일부만 이 같은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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