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악화에 소비세 추가인상 어렵고 법정 시한 일방적 연기 부담
재신임 묻는 형태로 정국 타개 노려... 정치권 선거 태세 돌입
해외 순방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7일 귀국하는 대로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와 국회 해산 및 연내 총선거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일본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17일 공개될 예정인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검토, 내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10% 인상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18일 국회해산을 표명하고 19일 해산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국회가 해산되면 중의원 선거는 12월 2일 공시, 14일 투개표하는 방안과 12월 9일 공시, 21일 투개표하는 방안 중 하나가 선택될 것으로 보인다.
40%를 넘는 꾸준한 지지율을 보이는 아베 총리가 국회해산 카드를 꺼낸 것은 국내 경제 지표의 악화가 원인이다. 아베 정권이 4월 소비세를 기존 5%에서 8%로 인상을 단행한 이후 일본의 2분기(4~6월) GDP는 전기 대비 7.1% 감소한 데 이어 3분기도 1.9%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지표라면 소비세 추가 인상이 어려운 현실이지만, 법률적으로 정해진 시기를 일방적으로 연기하기는 부담스러워 해산 후 재신임을 묻는 형태로 정국 타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하락세에 놓인 지지율이 더 떨어지기 전에 선거를 통해 내각 지지기반을 다진다는 의미도 있다. 중의원 선거를 치르게 되면 소비세 추가 인상뿐 아니라,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찬반여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 안전보장정책 등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총선거를 통해 재신임에 성공하면 소비세 인상을 2017년 4월로 미루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11일 중국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 자신이 해산을 언급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지만, 일본 언론은 이를 조기해산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했다.
여야는 연내 중의원 선거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임전태세에 돌입했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간사장은 “해산은 총리의 전권사항이라 수상이 숙고해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해산을) 하게 되면 제대로 된 일정을 세울 필요가 있다”며 해산에 대비한 예산 편성 및 경제대책 수립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부 관계자도 이날 “아베 총리는 다양한 선택지를 생각하며 연내 중의원 선거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야마구치 공명당 대표는 “연내 선거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겠다”며 당간부 회동에서 선거준비를 추진하도록 지시했다.
야당 측의 대응도 빨라졌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민주당 대표는 “해산하려면 해 달라. 정면으로 응수하겠다”며 일찌감치 조기총선에 대비하고 있다. 민주당은 서둘러 신인 후보를 물색하는 한편, 아베 내각과의 대결 자세를 굳히기 위해 내각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다.
일본 언론은 “자민당은 총선거가 실시되면 기존 의석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있지만 소비세 인상을 결정하는 것에 비해 정치적 부담이 적다고 판단했다”며 “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의석을 늘리기 위해 선거구 정비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 해산은 총리의 전권 사항이다. 정국 상황을 반전시키거나 특정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한 국민 신임을 묻는 취지에서 해산을 단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는 2012년 9월 소비세 인상을 야당이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중의원을 해산했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는 2005년 8월 우정 민영화 법안 강행을 위해 중의원 해산을 발표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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