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은 어떤 단위인가. 한 단 가득이라 말할 때, 가득이라는 충만함은 무엇일까. 미나리를 한 단 사와서 물에 흔들어 씻는다. 살짝 데쳐 갖은 양념으로 무쳐내면 향긋하다. 비 오는 날이면 부추나 쪽파를 한 단 가지런히 썰어 밀가루에 풀어 기름에 부쳐내기도 한다. 한 단은 접시에 예쁘게 담기고 식구들과 나눠먹기에 넉넉하다. 사람살이도 한 단으로 묶을 수 있는가. 감정도 한 단처럼 풀어낼 수 있는가.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위로가 되는 한 단이 있는가. 숟가락 젓가락 가지런히 놓고 적당한 그릇에 소박한 음식을 담아서 그걸 나누어 먹는다면 위로가 되고 힘이 날 것 같다. 그 한 단의 힘으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엉뚱한 일을 벌이며 다른 사람을 억압하거나 위협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단의 이미지는 속임수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재래시장에서는 야채를 단으로 묶어 팔지 않는다. 커다란 상자로 끊어 와서 좌판에 적당히 풀어놓는다. 천 원 어치도 팔고 이천 원 어치도 판다. 덤으로 더 주기도 하고 떨이로 몽땅 담아주기도 한다. 약속의 단위로서 사람의 움직이는 손은 정말 믿을 만한가. 선행도 악행도 다 그 손 안에서 시작되는데. 매듭을 짓고 푸는 일, 약속을 만들고 지키는 일, 사람에게 다가서거나 밀어내는 일, 계략과 속임수를 쓰는 일. 어쩐지 오늘 그 모든 일을 하는 것이 손이고 그 손을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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