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국님은 1년 전 향후 환율이 오를 것으로 판단하고 5,000달러를 구입해 외화예금에 예치했습니다. 이 후 미국으로 여행 갈 일이 생겨 3,000달러를 인출하려고 은행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랄 일을 경험했습니다. 은행원이 ‘외화현금수수료’라며 적지 않은 금액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외화이긴 하나 통장에 있는 내 돈을 찾는데 수수료를 내야 한다니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었던 거죠. 이번에는 대고객 환율에 대해 살펴보면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아보겠습니다.
환율에는 우리가 많이 들어본 기준환율 외에도 위아래 각각 2개씩이 더 있습니다. 기준보다 ‘비싼’ 환율과 ‘더 비싼’ 환율, 기준보다 ‘싼’ 환율과 ‘더 싼’ 환율이 바로 그것인데요. 이를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 ‘현찰매도율(더 비싼), 전신환매도율(비싼), 전신환매입률(싼), 현찰매입률(더 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기준환율과 위 4가지 환율 사이의 격차를 일컬어 ‘환율 스프레드(spread)’라고 하지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스프레드를 달리하는 환율이 4개나 필요할까요.
그 이유는 바로 위 4가지 환율이 사용되는 거래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각 환율이 적용되는 상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로 제일 비싼 환율(현찰매도율)은 고객이 은행 창구에 와서 외화를 살 때, 다시 말해 고객 입장에서 ‘매입’할 때 쓰입니다. 이 경우 은행 입장에서 보면 보유하고 있던 외화를 고객에게 파는 거니까 ‘매도’하는 것이지요. 일종의 상품처럼 생각한다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외화, 특히나 외화현찰을 직접 사고파는 것인데, 해당 거래에서 가격을 제시(quote)하는 쪽이 은행이므로 은행 입장에서 이름을 붙여 ‘현찰매도율’이라 표현한 것입니다.
두 번째로 비싼 환율인 전신환매도율은 고객 입장에서는 외화를 사지만 은행이 고객에게 직접 외화현찰을 주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 적용됩니다. 어떤 경우가 있을까요. 네, 바로 이 글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외화예금을 예치하기 위해 외화를 사거나 혹은 해외로 송금을 보내기 위해 외화를 사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외화현찰이 수반되지 않기 때문에 관련 비용이 줄어들고, 따라서 첫 번째 경우에 비해 스프레드가 조금 더 작아지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 번째, 네 번째 환율들은 어떨까요. 바로 앞선 경우들과 반대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즉, 해외에 거주하는 친척이 송금해준 외화를 원화로 환전해야 할 때는 전신환매입률이 적용되고, 해외여행 후 쓰고 남은 외화를 국내로 반입하여 원화로 환전하게 되면 제일 낮은 현찰매입률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만약 여기까지 읽고 나서 “어라, 내가 보유한 외환을 처분할 때는 낮은 환율이 적용되네. 반대로 외화가 필요할 때는 비싼 환율이 적용되고 그게 만약 외화현찰이라면 더 비싸게 사는 거잖아”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면 환율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신 겁니다. 은행의 마진(margin)뿐 아니라 외화현찰 지급을 위해 발생하는 비용 즉, 외국에서 해당국의 통화(Foreign Currency)를 비행기로 싣고 오는 항공료와 금고에 쌓아 두고 보관하는 보관료, 기타 보험료 등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고객으로부터 받은 외화현찰을 보관했다가 본국으로 되파는 경우도 포함). 외화현찰을 찾을 때 혹은 외화현찰로 예금할 때 외화현금수수료를 받는 명분이 여기에 있는 것이죠. (외화현찰로 찾거나 맡길 때 둘 중 한번만 징수. 단, 미화의 경우는 모두 면제)
그렇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이 글의 목적인 김한국님께서 외화현찰수수료를 안 내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미국 달러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단서 조항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다른 외화와 달리 미 달러 현찰로 예금할 때는 현금수수료가 없습니다. 따라서 김한국님이 1년 전 최초 예금 시 미국달러를 ‘현찰’로 산 뒤 그 현찰을 예금했다면 미국 여행 시 필요한 경비를 달러로 출금하더라도 별도 수수료는 없게 됩니다.
한승우ㆍKB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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