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0시 중국의 ‘둬서우족’(손을 잘라야 한다는 뜻으로 인터넷 쇼핑에 중독된 이들을 일컫는 말)은 일제히 타오바오(淘寶)와 톈마오(天猫) 몰려들어 최고 90% 할인된 물건을 먼저 구매하기 위한 경쟁을 벌였다.
이들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은 1분만에 1억1,700만위안(2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분이 지나자 매출은 10억위안(1,800억원)으로 늘어났고, 38분에는 100억위안(1조8,000억원)까지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날 같은 시간 매출액 50억위안의 두 배다. 알리바바그룹의 이날 하루 매출액은 500억위안(9조원)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매출 350억위안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중국 네티즌은 이날을 하나를 뜻하는 숫자 ‘1’이 4개나 겹쳤다며 ‘광군제’ (光棍節)라고 부른다. ‘광군’은 애인도 없는 독신자를 말한다. 이런 소비자를 잡기 위해 광군제에 외롭게 지내지 말고 물건을 사면서 기분 전환하도록 할인 행사를 실시하자며 ‘솽스이(雙十一) 중국 소비자의 날’이라는 말을 알리바바 회장 마윈(馬雲)이 만들었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날 알리바바의 인터넷 할인행사에는 중국 뿐 아니라 170여 국가와 지역이 참여했다. 매출 순위로는 홍콩과 대만이 정상을 다퉜고 이어 미국 싱가포르 마카오 호주 캐나다 영국 일본 한국순이었다. 알리바바 같은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한국 시장 잠식이 이미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택배 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날 주문 물량은 6억개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내수 소비를 진작해야 하는 중국 정부도 알리바바를 물심양면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날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알리바바 본사에는 600여명의 취재진이 몰리기도 했다. 최근 뉴욕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식은 10일 4%나 상승하며 119.15달러로 마감됐다. 알리바바 주가는 공모가(68달러)보다 이미 75%나 올랐고 시가 총액은 3,000억달러에 육박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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