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후 첫 포워드 전환 ‘성공’
“득점왕도 좋지만 베스트11에 더 욕심”

'K리그 대표 꽃미남' 임상협(26·부산)의 2014년 가을은 어느 해보다도 특별하다. 임상협은 이번 시즌 윤성효 감독의 권유로 미드필더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했다. 초등학교와 대학교 때 최전방 공격수로 뛰어 본 적이 있었지만, 프로 데뷔 후로는 처음 서는 자리다. 윤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임상협은 11골을 몰아 넣으며 어느덧 득점왕을 바라보는 위치에 섰다. 시즌 중반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팀 성적은 임상협의 골 폭풍 이후 급반등 해 시즌 3경기를 남긴 현재 12개 팀 중 8위를 기록, 강등권에서 멀어졌다. 부산의 가을을 뜨겁게 만든 임상협을 7일 부산 강서체육공원 내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 "들러리만 서던 시상식, 이번엔 꼭…"
10일 현재 11골을 넣은 임상협은 득점 선두권과 2골 차를 기록 중이다. 득점왕 가능성이 꿈만은 아닌 차이다. 득점 선두 이동국(13골·전북)은 지난달 말 수원 삼성과의 경기 도중 오른쪽 종아리를 다쳐 남은 시즌 출전이 불가능해졌고, 똑같이 13골이지만 경기당 득점에서 밀려 2위를 기록 중인 산토스(수원)는 남은 경기를 상위 스플릿에서 제주, 전북, 포항 등 강호들과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교적 수비력이 떨어지는 하위 스플릿에서 남은 3경기를 치르게 될 임상협이 지금과 같은 '골 폭풍'을 시즌 막판까지 이어간다면, 부산은 2006년 뽀뽀 이후 8년 만에 득점왕을 배출하게 된다.
임상협은 득점왕 경쟁에 이름을 올린 데 대해 "(득점왕에) 욕심이 생기는 건 당연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팀의 K리그 클래식 잔류 확정을 목표로 달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포지션별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베스트일레븐' 수상에 대한 욕심은 감추지 않았다. 지난 3년간 베스트일레븐 후보에 올랐지만, 주인공이 되지 못한 채 박수만 쳐 주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아픔을 또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다. 임상협은 "더 이상 들러리는 싫다. 시즌 막판까지 최선을 다해 올 연말 시상식 때는 꼭 시상대에 오르고 싶다"며 오는 12월 1일 열리는 K리그 대상 시상식을 바라보고 있다.
● "입대는 새로운 기회…허송세월 않겠다"
임상협에게 이번 가을이 더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임상협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상주 상무(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다. 선발 평가 및 신체검사를 모두 마쳤다. 공교롭게도 임상협은 실기평가 직전인 2일 상주 상무를 상대로 2골을 기록하며 박항서 상무 감독이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경기장 밖으로 나서는 자신에게 군 간부며 선수 감독까지 "곧 올 건데 두 골이나 넣으면 어떡하냐"며 농반진반의 면박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지금의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며 웃었다.
잘 생기고 축구도 잘하는 '부산 아이돌파크('부산 아이파크'라는 팀명에서 파생된 별칭)'의 리더가 떠나는 데 대해 팬들도 구단 관계자들도 아쉬워하지만 정작 본인은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덤덤하다.
상주 상무는 현재 K리그 클래식 최하위로 챌린지 강등이 유력한 상황이다. 만약 상주가 강등된다면 임상협 역시 프로 진출 이후 처음 2부 리그 무대를 경험하게 된다. 임상협은 "군에 입대한 2년간 하나라도 더 이뤄오겠다는 마음이다. 허송세월 보내지 않겠다"며 "이용 김성환(이상 울산) 이승기(전북) 황일수(제주) 등 올해 함께 입대하는 동기들이 쟁쟁한 만큼 상주가 챌린지로 강등되더라도 최고의 경기력으로 팬들을 감동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