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 불구 대일 관계선 중국이 선수 치고 나가
"3국 외교장관 회의 재개" 공감대, 한일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
한국과 중국이 10일 정상회담을 통해 30개월 묵은 난제였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합의하고 북핵 해결 공조 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협력 관계는 한층 긴밀해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같은 날 열린 중일 정상회담으로 한중 양국의 대일 공조 원칙에 틈이 생기면서 한국 정부의 동북아 외교전략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 체결에 합의함으로써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더 공고해졌다. 또 이날 회담에서 양국은 북핵 해결 공조 의지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9월의 한중일 3국 고위급 회의를 3국 협력 정상화의 계기로 평가하면서 양국 정상은 연내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 개최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했다.
특히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에 대한 명확한 반대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철저히 준수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천명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중국의 북핵 관련 압박 기조는 계속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양 정상은 또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과 핵 능력 고도화를 차단하기 위한 의미 있는 대화 재개를 위해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안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양국이 북핵 해결 공조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측면에서도 평가할 부분이다.
시 주석은 또 박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입장에도 호응했다. 박 대통령이 대북 인도적 지원, 민생 인프라 구축 및 민간교류 확대 제안,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등 남북 공동 발전 방안을 설명하자 시 주석은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같이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열린 중일 정상회담으로 인해 한중 정상회담 성과가 희석된 측면도 있다. 중일 정상회담은 2012년 9월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조치 이후 2년 동안 냉각됐던 중일관계를 회복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특히 한일관계는 제자리 걸음인 가운데 중국이 먼저 치고 나가는 모양새가 되면서 한국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동북아 3국지에서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경쟁시키면서 안보와 경제 등 동북아 핵심 이슈를 두고 실리를 최대한 취하는 전략을 택했지만 한국 정부로선 뾰족한 타개책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향후 중일관계 급진전 예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중일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합의한 4개항 중 센카쿠 열도 관련 조항에 대해 양국이 해석을 달리하는 등 중일관계가 단시일 내 개선되기에는 장애물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일 정상은 20분 정도 만났을 뿐이고 회담 결과를 봐도 특이한 부분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한권 아산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중일 정상회담 개최로 한국이 바로 동북아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될 염려는 없지만, 한중관계의 내실화를 위해서라도 한국이 일본에 대해 전략적 유연성을 갖고 접근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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