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터넷 커뮤니티에 증언 "강제 키스… 술 마시자고 졸라"
대학 측에 피해 진상조사 요구
유명 수학자인 서울대 교수가 여대생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이 알려지자 추가 피해 정황도 속속 드러나 학생들은 대학의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부장 윤중기)는 서울대 수리과학부 강모(53) 교수를 강제추행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올해 한 국제학술대회 집행위원을 맡아 주제발표도 했던 강 교수는 이 대회를 준비하던 7월 서울의 한 한강공원 벤치에서 “무릎 위에 앉으라”고 한 뒤 20대 여성 인턴 A씨의 가슴을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충격을 받은 A씨는 사건 다음날 바로 인턴을 그만뒀다. A씨는 강 교수가 근무하는 서울대 재학생은 아니었다.
강 교수는 경찰 조사에서 “대회를 보름가량 앞두고 조직위원회 직원들의 회식이 있었으며 술을 못하는 나를 귀가 방향이 같은 A씨가 바래다 주던 중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1년을 넘게 함께 일을 한 아끼던 학생이었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마친 경찰은 3일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서울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강 교수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서울대생 B씨는 ‘술을 마시자고 끊임 없이 연락이 와서 휴대폰 번호를 바꿔야 했다. 학교 안에서도 감시 당하는 기분이 들어 소름이 끼쳤다’는 글을 올렸다. C씨는 ‘강제로 키스를 당한 적이 있다. 첫사랑이랑 결혼한 순정남인 척 하더니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다며 자고 싶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D씨는 “한밤 중에 연락을 해서 ‘보고 싶다. 만나러 오라’고 하는 등 학생을 여자로 취급하는 걸로는 이미 유명했다”며 “교육자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이니 대학이 제대로 조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대학은 일단 수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대학 관계자는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 소집은 아직 논의된 바 없다. 법원 판결 등을 지켜보며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연락을 받지 않은 채 ‘무슨 말씀을 드려도 더욱 깊은 늪에 빠질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야겠죠’라는 문자만 한국일보에 보내왔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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