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의 등급심사에서 또 다시 보류 판정을 받았다. 지난 3월 ICC의 정기 등급 심사에서 2004년 가입 이후 처음으로 보류 판정을 받은 뒤 재심사를 받은 것인데, 다시 보류되면서 국제적 망신을 연거푸 당하게 됐다.
10일 인권위에 따르면 ICC 승인소위원회는 지난 8일 개최한 인권위 등급 재심사에서 등급을 정하지 못하고 내년 상반기로 다시 연기한다고 인권위에 통보했다. 앞서 지난 3월 인권위원 임명 절차의 투명성과 참여가 규정상 충분히 보장돼 있지 않고, 위원 선출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인권위의 등급 결정을 보류했던 ICC는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보류 결정을 내렸다. 첫 등급 보류 이후 인권위는 ICC의 권고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내부 실무운영팀을 운영하고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 및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선출ㆍ지명의 원칙과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ICC에 제출했으나, 다시 등급이 보류되는 수모를 당하게 됐다.
ICC는 통보문에서 “인권위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이 구속력이 없고, 법률개정안과 가이드라인에 위원 선출ㆍ지명 시 명확하고 통일된 기준 등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ICC는 ▦위원 및 직원의 다양성 보장 조항과 면책조항 신설 ▦시민사회와 협력 실적 제출 등과 함께 내년에 예정된 인권 위원 선출시 투명하고 참여적인 절차를 확립할 것을 권고했다.
ICC는 5년마다 각국 인권기관이 ‘국가인권기구 지위에 관한 원칙(파리원칙)’에 들어맞는지 판단해 A∼C로 등급을 매긴다. 인권위는 2004년 ICC 가입 때 A등급을 받았고 2008년 심사에서도 같은 등급을 유지했다. B등급으로 강등되면 ICC의 각종 투표권을 잃는다. 현병철 위원장 재직 중 연거푸 등급 보류 판정을 받은 것은 인권위의 독립성과 위상이 추락했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다.
ICC의 잇단 등급 보류에 인권위도 불만을 나타냈다. 인권위는 “그간의 지속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ICC 승인소위가 내린 이번 권고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ICC 승인소위가 우리나라 법과 제도 및 상황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깊은가에 의문점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위원회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임 인권위원으로 임명한 최이우 목사에 대해 “동성애 차별 발언을 하고 차별금지법을 거부한 최 목사는 인권위원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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