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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거짓말

입력
2014.11.1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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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지 못할 것 같았지만 사람이 미더워 보여 국민은 그의 약속을 믿었을 게다. 증세가 수반될 무상 공약은 부유층한테 악재였다. 내 돈으로 남 먹여 살리는 일에 흔쾌할 부자가 한국엔 드물다. 결국 그는 신뢰를 지키지 않았다. 정치인에게 거짓말보다 더 나쁜 건 무능이라는 보수지의 엄호성 궤변을 업고 자길 믿어준 국민을 향해 총구를 돌리며 조롱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1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키지 못할 것 같았지만 사람이 미더워 보여 국민은 그의 약속을 믿었을 게다. 증세가 수반될 무상 공약은 부유층한테 악재였다. 내 돈으로 남 먹여 살리는 일에 흔쾌할 부자가 한국엔 드물다. 결국 그는 신뢰를 지키지 않았다. 정치인에게 거짓말보다 더 나쁜 건 무능이라는 보수지의 엄호성 궤변을 업고 자길 믿어준 국민을 향해 총구를 돌리며 조롱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1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장담을 국민은 믿었다. 신뢰의 체현 같았다. 대가는 더 큰 배신감이다. 집권욕 화신이었다. 원숭이 속인 게 무슨 허물이랴. 외려 은혜다. 공짜는 없단다 바보야. 오만하고 뻔뻔스럽다.

“지금쯤이면 전국의 약 250만 대학 재학생 중에서 50만명(소득 하위 20%)은 등록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50만명(차상위 20%)은 등록금의 4분의 1만을, 75만명(차상위 30%)은 등록금의 반만 내고 대학을 다니고 있어야 한다. 또 다른 25만명(차상위 10%)은 등록금의 4분의 1을 장학금으로 받고 있어야 하니 대한민국 대학생 10명 중 8명, 총 200만명가량은 최소한 등록금의 4분의 1 이상을 국가장학금으로 받고 있어야 한다. 또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소득 상위 20% 부유한 가정의 학생 50만명까지 포함해서 대한민국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실질적으로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고? 그렇게 하려면 국가장학금으로 매년 10조원, 무이자 대출을 위한 국고지원으로 매년 2천억~3천억원 이상 들 텐데 지금 정부는 돈이 없는 걸 모르느냐고. (…) 이건 필자가 하는 헛소리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대학생들, 대학생 자녀를 둔 가정, 그리고 앞으로 대학생 자녀를 둘 대한민국의 모든 가정에게 한 철석같은 약속이었다. (…) 박 대통령이 자기는 실천할 수 없는 것은 절대 약속하지 않는다고 했다. 모든 약속이 재정적으로 실행 가능한지 한개 한개 모두 따져보고 또 따져봤다고 전국민에게 공언했다. (…) 정치라는 게 다 거짓말인 거 모르느냐, 그 말을 믿었던 네가 멍청이지, 겨우 그것 갖고 또 대통령에게 시비를 거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다.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무상급식, 무상보육, 노인연금, 4대 중증질환, 행복주택, 행복전세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약속을 파기한 거 모르느냐. (…) 하지만 필자는 박 대통령의 그 많은 공약 중에서 그래도 꼭 지켜야 할 게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대학생 반값등록금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째, 자라나는 대학생들에게 거짓과 편법이 정상이라는 생각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기만 하면 된다고 하는 그릇된 생각을 심어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둘째, 정치는 원래 더러운 것, 정치가가 국민들에게 한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도 된다는 것, 그러니 정치는 더러운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젊은이들에게 가르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셋째, 국가경제의 미래가 젊은이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공부할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누구든지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고, 또 부모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젊은이들이 꿈과 열정을 마음껏 키우고 그 꿈과 열정에 따라 마음껏 활약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 그러니 제발 자라나는 대학생들에게 한 약속만은 지키자. 교육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고, 반값등록금은 소비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다.”

-대통령의 약속, 이것만은 지킵시다(한겨레 기명 칼럼ㆍ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 전문 보기

“빚덩이가 굴러 내려왔다 하면 최소 조(兆) 단위다. 어제 아침 굴러 내려온 무상(無償) 보육 문제는 2조원이 넘는 무게라고 한다. 무상급식ㆍ무상 고교 교육ㆍ기초연금ㆍ건강보험ㆍ의료급여 등등 ‘복지’라는 단어가 붙은 분야 적자는 수조원은 예사이고 웬만큼 났다 하면 수십조원을 훌쩍 넘는다. (…) 빚과 적자에 가속(加速)이 붙은 모양이다. 어디 하나에라도 정통 부딪치면 나라가 온전치 못할 것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말이 있다. (…) ‘전체를 보지 못하고 눈앞의 이득에 휘둘리는 어리석음’과 ‘어리숙한 상대를 돌려먹는 잔꾀 수법’을 나무랄 때 끌어오는 이야기다. 2011년 대한민국에 똑같은 무대가 설치됐다. (…) 그해 민주당은 ‘3무(無)+반값’ 정책으로 민심(民心)을 공략했다. ‘급식 무상(無償)’ ‘보육 무상’ ‘의료 무상’에다 ‘반값 등록금'을 얹었다. 공약 실천에 드는 예산은 192조원으로 어림됐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공약이 너무 헤퍼 실현성이 없다면서 97조원짜리 ‘알짜 선물 세트’를 내놓았다. 0~5세 무상 보육과 기초연금도 그 안에 들어 있었다. 양쪽 모두 본격적 증세(增稅)가 아닌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예산 조정만으로 공약 실천이 너끈하다고 했다. 192조원이 들든 97조원이 들든 그 돈이 나올 곳은 국민 지갑밖에 없다. 그걸 모를 리 없는 국민들이 그런 공약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시늉을 했다. (…) 정치 세계에서 가장 큰 악덕(惡德)은 부정직이 아니라 무능(無能)이다. 무능한 정치인의 정직은 나라를 빼도 박도 못할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간다. 할 수 있는 일을 골라 약속하는 게 정직이다. 해선 안 될 공약에 끌려다니는 건 무능이다. 슈뢰더 독일 총리(1998~2005년 재임)는 선거 공약이 아니라 나라의 상황에 정직하게 대처했다. 2003년 10월 독일의 여당이었던 사회민주당 당사는 수천명의 성난 시위대에 포위됐다. (…) 슈뢰더가 발표한 ‘독일 경제 재생 계획’이 도화선(導火線)이 됐다. 재생 계획의 골자는 ‘실업수당 지급 기간은 32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 ‘건강보험 대상 축소’ ‘은퇴자 연금 동결(凍結)’ ‘노인 양로 보험 개인 부담 2배 인상’이었다. (…) 슈뢰더의 결심을 재촉한 것은 해마다 100억달러(10조원)씩 쌓여가는 연금 적자였다. (…) 사회민주당은 지지층의 심기(心氣)를 거스른 개혁 탓에 다음 총선에서 정권을 잃었고 독일 경제는 개혁 덕분에 살아났다. 당시 야당 당수가 지금 메르켈 총리다. 메르켈은 지지가 급락(急落)한 슈뢰더 정권은 일격(一擊)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당내 유혹을 뿌리치고 경제 개혁 조처에 지지를 보냈다. (…) 한국 정치, 한국 경제가 그때의 슈뢰더와 메르켈 같은 여야의 리더십을 기다린다면 분수 넘친 호사(豪奢)를 바라는 것일까.”

-公約보다 나라 상황에 정직해야(11월 8일자 조선일보 기명 칼럼ㆍ강천석 논설고문) ☞ 전문 보기

약속은 증세 없는 복지였다. 탈루만 막아도 무상 저수지가 꾸며진다고 했다. 그래 놓고 뜻대로 안 되니 책임 전가다. 세율을 기울일수록 행복은 퍼진다. 정쟁 대신 토론이 필요하다.

“11월3일은 원래 ‘학생의 날’이었는데 2006년부터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불린다. 그런데 2014년 바로 이날 학생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그 날벼락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서 나왔다. 경남이 앞장서서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이 돈을 전액 예비비로 편성, 소외층과 서민의 자녀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 경남도의 선언 이후 인천, 경기, 울산 등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일었다. (…) 이미 홍 지사는 10월 말 페이스북을 통해 “1인당 담세율이 45%에 이르는 북유럽과 달리 20%도 안 되는 우리나라는 꿈 같은 일”이라며 “더 이상 무상 포퓰리즘으로 표를 사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되고 잘못된 무상정책을 무한정 확대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여기서 이 문제를 단순히 도지사와 도교육감의 논쟁으로 보아선 곤란하다고 본다. 또 이 논쟁을 포퓰리즘 문제로 축소해선 안 된다고 본다. 왜냐하면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대국민 공약에 무상보육과 무상교육이 있었는데, 무상보육을 하려다 보니 무상교육의 일부인 무상급식을 줄이거나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선거 공약의 성실한 이행이라는 민주주의 실천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 온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인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면 아예 약속을 않거나, 지킬 수 없다면 솔직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한다. (…) 다음으로 생각해볼 점은 복지사회 문제다. 대통령과 여당이 시도 때도 없이 강조하는 ‘국민행복’이란 주거, 육아, 교육, 의료, 노후 문제를 온 사회가 공동의 책임으로 풀어나갈 때 이뤄진다. 노동력을 끌어내어 ‘일회용품’으로 써먹기 위해 아이들을 봐주겠다는 식이 아니라, 한 아이가 태어나 자랄 때까지 또 성장한 뒤에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삶의 주요 문제를 공공성 차원에서 해결하겠다는 식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하다면 조세부담률을 (어느 정도 이상 버는 이들을 상대로) 높여야 한다. 특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돈보다 의지와 철학이다. 진정으로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부자가 더 많이 부담해 두루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지와 철학이 없다 보니 날마다 돈 타령만 하고 앞뒤가 다른 말을 하는 위선자가 된다.”

-밥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경향신문 ‘시론’ㆍ강수돌 고려대 교수(경영학)) ☞ 전문 보기

“‘애들에게 밥 먹이자’며 5년 전에 시작된 무상복지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최근 “공짜 급식에 더이상 돈을 댈 수 없다”며 경남교육청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전국적인 불씨를 댕겼다. 이어 경기교육청은 여당에서 주장해 도입한 무상보육과 누리과정 예산을 제외하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 진영 논리만 부각돼 씁쓸하다. 무상복지 논쟁은 2009년 경기교육감 보궐선거에서 김상곤 진보 진영 후보가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촉발됐다. (…) 김 후보는 ‘공짜 표심’에 무난히 당선됐고, 2010년 지방선거 때도 ‘무상 광풍’은 강타했다. 다음해엔 오세훈 서울시장이 야권의 무상급식 주장에 시장직을 건 주민투표로 배수진을 쳤지만 패해 시장직을 내놓았다. (…) 김상곤→오세훈→홍준표로 이어진 ‘식판 논쟁’의 줄거리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논쟁을 겪은 적이 있다. 야당이던 민주당이 2007년의 참의원 선거 때 중학생 이하 아동수당과 고교 무상교육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후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국가신용등급 강등의 수모를 당했다. (…) 영국 처칠 내각의 보수당도 1945년 총선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내세운 노동당에 절반 이상의 의석을 내준 적이 있다. 이후 두 진영은 복지정책 경쟁에 나섰고, 1976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앞둔 우리 사회의 복지 욕구는 당연하다. 하지만 공짜의 속성은 양날의 칼이다. (…) 일본과 영국의 사례에서 보듯 복지 욕구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면 엉뚱한 문제를 야기한다. 지금의 논쟁에는 정치적인 복선이 깔려 있다. 국민으로선 홍 지사가 ‘제2의 오세훈’이 되든 안 되든 제대로 된, 더 합리적인 복지를 하자는 것이다.”

-‘식판 논쟁’ 되짚기(서울신문 ‘씨줄날줄’ㆍ정기홍 논설위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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