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선시대 과거 황감제 재연행사...전통식 인사문화 되살리기 이벤트 등
대입 수능시험을 코 앞에 둔 10일 성균관대에서는 ‘유생문화기획단’ 단원들이 제주산 감귤 100㎏과 과거 성균관 유생들의 교복인 청금복(靑衿服)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11일 오전 11시 인근 고교를 방문해 수능 시험을 치를 고3 수험생들에게 나눠 줄 감귤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수록된 ‘황감제(黃柑製)’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복원하는 사업의 일환이다.
황감제는 조선 중종 31년(1536) 1월 처음 시행한 과거제도인데, 임금이 대과(大科)를 치르는 성균관 유생들에게 제주 특산품인 감귤을 하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민신홍(24) 기획단장이 고교 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을 최근 문헌으로 확인한 뒤 복원키로 한 것이다. ‘11월 11일 오전 11시’는 ‘수능 1등급’을 기원한다는 의미로 정했다.
민 단장은 “요즘엔 귤이 흔한 과일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제주목사가 왕에게 진상할 만큼 귀한 지역 특산품이었다”며 “그만큼 미래 인재들을 존중하고 격려한 뜻을 되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생문화기획단은 지난 6월 성균관 유생문화에 매력에 흠뻑 빠진 40여명의 학생들이 옛 문화를 발굴해 현대적으로 적용해 보려는 자치단체다. 활동기간은 짧지만 학생들은 이미 몇 차례 이벤트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난달 축제 때는 학내 인사문화를 되살리자는 취지에서 ‘프리-읍(Free-揖)’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인사부터 시작하자’는 구호와 함께 지나는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전통방식으로 읍하는 ‘배꼽 인사’를 했는데, 학생들은 물론 교수 및 교직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제례 때에만 사용했던 자주(紫酒)와 방주(榜酒) 등을 소개했다.
기획단원인 송성희(19)씨는 “성균관 내부에서 향유했던 술을 음미해 보고 바른 학내 주도(酒道)를 가르치고자 했던 선배들의 향음주례(鄕飮酒禮) 정신을 되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내년 2월 말 신입생 환영회에는 성균관 신방례(新榜禮)를 재연할 생각이다. 일종의 신입생 환영회인데, 선ㆍ후배들이 집에서 직접 음식을 가져와 신입생들과 함께 서로 음식을 나누는 공동체 행사다.
윤호(20)씨는 “하버드나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 해외 유수 대학들이 재미있고 기발한 이벤트들을 기획해 전통으로 이어가는 것을 보며 매우 부러웠다”며 “우리도 과거 유생들의 좋은 문화를 현대의 학생문화로 되살려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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