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품목·원산지 기준 난항 끝에 통상장관 마지막 담판서 마무리
발효까진 가서명·정식서명 이어 가장 큰 관문인 국회 비준 남겨
“지난 주 내내 협상을 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토요일(8일)에는 철수까지 심각하게 고려했었다. 오늘 새벽 2시까지 협상을 했고, 오전 7시 장관들이 다시 만나 마지막 협상에 나서 한 시간 만에 극적으로 마무리 됐다.”
30개월을 끌어오다 10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공식 타결 선언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숱한 결렬 위기를 ‘연내 마무리’라는 양국 정상의 적극적 타결 의지로 돌파해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는 게 협상에 참여한 정부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사실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14차 협상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가오후청(高虎城) 상무부장이 양측 수석대표로 나서면서 쉽게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22차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베이징 정상회의 기간에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고, 2012년 5월 1차 협상 이후 처음 양국 통상장관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4차 협상은 상품과 원산지 기준 등이 쉽게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꼬이고 말았다. 한국은 공산품의 조기 개방을, 중국은 높은 수준의 농수산물시장 개방을 상대방에게 요구하며 버티기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이 아니면 타결 기회를 다시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 두 나라는 릴레이 실무협상을 이어갔고, 한국은 일부 농수산물을 ‘초민감 품목군’에서 ‘20년 이내 관세 철폐 대상’으로 옮기고 중국은 일부 공산품의 개방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그러나 6일 밤샘 실무협상을 거치며 이뤄진 원산지 기준 합의사항을 8일 오후 중국이 “기준 강화”를 요구하고 뒤집었고, 양측은 밤샘 협상을 취소하는 등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는 동시에 한국 측은 협상단 철수를 심각하게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협상 마지막 날인 9일 상대방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원하는 보호 품목은 가능한 한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합의하면서 협상이 어렵사리 재개됐지만, 일부 쟁점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았고 한중 정상회담을 4시간 앞둔 오전 7시 두 나라 통상장관이 최종 담판에 나섰고 한 시간 뒤 타결됐다.
한미 FTA, 한ㆍ유럽연합(EU) FTA 협상이 타결까지 각각 10개월(추가 협상기간 제외), 26개월 걸린 것과 비교하면 그만큼 진통이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중 FTA가 발효되려면 앞으로 가서명, 정식 서명, 자국 내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양측은 우선 약 5~6개월 동안 합의 내용을 담은 협정문을 영문으로 작성해 법률 검토를 하고, 영문 협정문에 가서명하면 이를 자국 언어로 번역하고 서로 검증도 한다. 산업부는 가서명 영문본을 FTA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국문본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 이르면 내년 상반기 영어와 해당국 언어로 만든 협정문에 두 나라가 정식 서명한다.
FTA 발효를 위한 가장 큰 관문은 비준이다. 중국은 체제 특성상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은 농축수산단체와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야당이 비준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 정부의 비준 동의안 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한미 FTA는 협상 타결(2007년 4월)부터 발효(2012년 3월)까지 거의 5년이 걸렸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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