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만에 관객 190만명 돌풍
“관객점유율이 80%라니 놀랍습니다. 한국 관객의 과학적 소양이 높아서가 아닐까 싶네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깜짝 놀랐다. 6일 개봉한 놀런 감독의 새 영화 ‘인터스텔라’가 나흘 만에 190만 관객을 모으며 한국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다크 나이트’(2008)와 ‘인셉션’(2010),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세 영화로 한국에서만 관객 1,600만명을 모은 놀런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할리우드 감독 중 한 명이다. 묵직한 철학적 질문을 담은 블록버스터 영화로 유명한 그가 이번에 내놓은 ‘인터스텔라’는 인간 존재의 의미와 인류의 미래를 찾는 영화다.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두 주연 배우 매슈 매코너헤이와 앤 해서웨이, 아내이자 제작자인 에마 토머스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차가운 우주와 따뜻한 인간 감성의 극명한 대비에 대해 말하고 싶었고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가 어떤 것인지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의 놀런 감독은 아내 토머스, 동생 조너선 놀런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있다. 특히 아내는 데뷔작부터 줄곧 함께 작업해온 동지다. 네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이기도 한 토머스는 “남편과 같이 일할 수 있어서 행운이고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남편과 항상 붙어 있어서 자주 싸우기도 하고 감정이 극한에 이르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솔직한 관계라서 일하기 편하다는 것, 아이들만 돌보기도 매우 힘든데 촬영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인류 멸망의 위기에서 희망을 찾아 다른 은하계로 우주여행을 떠나는 내용의 ‘인터스텔라’는 조너선이 시나리오를 썼고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이 감수했다. 상대성이론과 블랙홀, 웜홀 등 쉽지 않은 천체물리학 용어가 등장한다. 놀런 감독은 “영화에 나오는 이론은 현재까지 과학자들이 확증한 것이고 제작 과정에서 킵 손이 맞는지 틀리는지 검증했다”며 “관객 입장에선 이론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영화를 즐기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배우들은 놀런 감독에 절대적인 신뢰를 드러냈다. 매코너헤이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괴물 같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며 “규모도 어마어마한 영화고 촬영도 5개월간 이어지는 작품이었는데 감독의 문제 해결 능력이 대단히 뛰어나 물 흐르듯 아무런 문제 없이 끝났다”고 회고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캣우먼 역할로 출연했던 앤 해서웨이는 “놀런 감독의 제안을 받고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채 출연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가족을 구하고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선에 오른 쿠퍼(매코너헤이)와 아멜리아(해서웨이)처럼 감독과 제작자, 두 배우도 비슷한 상황이라면 같은 선택을 했을까. 시종일관 말을 아꼈던 감독은 이번에도 답하지 않았다. 토머스와 매코너헤이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남는 걸 택한 반면 해서웨이는 떠나겠다고 했다. “아직 신체적으로 준비가 안 돼서 떠나긴 어렵겠죠(웃음). 하지만 아이가 없는 제 상황에선 대의를 위해 떠나지 않을까 싶어요.”
상하이=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