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년만에 성사된 중국과 일본 두 정상의 만남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0일 낮 11시50분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25분간 대화를 나눴지만 시종일관 불편한 분위기였다.
시 주석은 회담에 앞서 취재진 앞에서 아베 총리와 악수를 나누면서도 의도적으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이 환하게 웃으며 악수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극명하게 대비됐다. 시 주석은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에서도 밝은 표정으로 악수했다.
시 주석이 아베 총리에게 이례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손님’의 요청에 따라 정상회담을 갖지만 역사 인식이나 영유권 분쟁 문제에서 일본에 양보하지 않겠다는 경계감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영 CCTV도 시 주석과 아베 총리의 회견 화면을 내 보내지 않은 채 아나운서가 관련 내용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CCTV는 시 주석과 다른 국가 정상들의 양자 회담 소식은 모두 화면과 함께 비중 있게 다뤘다.
하지만 이날 회담은 만남 자체로도 양국 관계 개선의 단초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정상회담에 앞서 7일 양국이 발표한 ‘중일관계 개선을 향한 교섭’ 합의문에 양국 관계 악화의 핵심 원인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문제와 관련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인식에 일치”라는 문구를 담은 것이 성과로 거론된다.
아베 총리는 회담 직후 “해상과 하늘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양측 국방 당국자가 긴급 연락을 유지하는 해상 연락 메커니즘을 실시하자고 합의했다”며 갈등을 상당부분 해소했다는 인식을 표시했다. 아사히신문은 “두 정상이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이익을 공유하는 전략적 호혜관계에 따라 중일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중국으로서는 13년 만에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주빈국으로서, 일본만 홀대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작용했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 분위기를 보여줌으로써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노렸다. 시 주석이 이날 회담에서 아베 총리에게 야스쿠니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회담에 대해 양보장(楊伯江)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교수는 “이번에 중일 정상이 잠깐 만난 것은 양국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단초이자 양국이 지난 2년 간의 경색 국면에서 빠져 나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작은 발걸음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환구망(環球網)에 밝혔다. 그는 그러나 “양국 관계가 완화될 수 있지만 그 길은 여전히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관계 정상화의 관건은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 문제”라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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