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정책을 리드하는 워싱턴 주요 싱크탱크에 대한 공략에서 한국 기업이 일본에 4대1의 비율로 밀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일본 기업은 주요 싱크탱크와 골고루 인연을 맺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은 특정 성향의 연구소에 편중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브루킹스연구소, 헤리티지재단 등 워싱턴 주요 싱크탱크가 내놓은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이들 연구단체에 후원금을 전달한 일본 기업은 도요타, 도시바, 히타치 등 총 40개에 달했다. 반면 한국 기업은 개인 자격으로 후원금을 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까지 포함해도 10개에 머물렀다.
한일 기업간 명암은 중립적 성향을 띄는 곳으로 유명한 CSIS에 대한 후원 명단에서 극명하게 엇갈렸다. CSIS에 대해서는 두산그룹(20만달러 이상)과 삼성전자(6만5,000~10만달러), 현대차(3만5,000달러 미만) 등 한국계 후원 기업이 6개에 불과한 반면, 일본 기업은 25개 업체에 달했다. 이들 25개 일본 기업은 통신(일본전신전화), 금융(도쿄-미쯔비시 은행ㆍ스미모토 은행), 전자(도시바ㆍ히타치), 자동차(도요타ㆍ혼다), 에너지(도쿄가스ㆍ추부발전) 등 전 업종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에 대해서는 한화그룹이 독보적 규모(100만달러 이상)의 후원금으로 일본 기업을 압도했다. 그러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로 중요성이 높아진 이 단체에 대한 한국 기업의 후원은 한화가 유일했다. 헤리티지 재단은 연례보고서에서 히타치와 미츠이를 2013년에도 후원금을 전달한 일본 기업으로 소개했다.
민주당 성향의 브루킹스연구소에 대해서는 SK그룹이 지난해 200만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같은 기간 13개 일본 기업이 후원금 총액보다도 많은 것이다. 구체적 액수 대신 구간을 공개하는 바람에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지만, 13개 일본 기업은 총 100만~150만 달러 가량을 후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브루킹스에 대한 후원 명단에는 CSIS와 헤리티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던 히타치와 미츠이가 또다시 포함됐다.
한일간 맞수기업의 비교에서도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CSIS와만 인연을 맺었으나, 도시바와 도요타 등 일본 경쟁자는 CSIS, 브루킹스를 동시에 후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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