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북부 모술을 장악한 지 5개월이 지났다. 시리아 동북부 라카만이 유일한 거점이던 IS는 인구 180만으로 이라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모술 점령을 계기로 이라크로 세력을 확장한다는 자신들의 꿈에 한 발 성큼 다가섰다.
이들은 이후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를 기반으로 한 칼리프국가(이슬람 신정국가) 건국을 주장하며 당초 이라크시리아이슬람국가(ISIS)라는 이름도 IS로 바꿨다. 모술 점령 후 5개월간 IS는 거침없이 영향력을 넓혀 현재는 영국과 비슷한 크기의 영토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시리아 알레포-라카(국가 운영), 이라크 쿠르드 모술(석유 확보), 바그다드(종파 및 정체성 분쟁) 등 3대 전선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IS를 제압하기 위해 미국 주도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국가들과 영국,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이 국제연합전선을 형성해 공습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대단한 승리를 얻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태다. ‘IS와의 전쟁’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SNS 등 이용한 이슬람국가 건설 선전전략 탁월
전문가들은 IS가 “유례없이 영리한 단체”라고 입을 모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CBS와 인터뷰에서 “미국 정보당국이 IS를 과소평가했다”라고 인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IS는 갖가지 전방위적 전략을 통해 목표를 달성해가고 있다. 초기 IS는 세력 기반 마련을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에 거주하는 수니파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전략에 집중했다. 오랫동안 시아파 정권의 노골적인 차별 정책에 소외 받았던 수니파 주민들은 IS를 지지하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라크 북부 및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사는 수니파 주민들은 IS의 극단주의적 성향에 거부감을 보였지만 수니파 중심의 국가를 건설하자는 목표에는 크게 공감했다. 이후 IS가 파죽지세로 영토를 점령해 나가는 모습에 수니파 주민들은 점차 신뢰를 갖게 됐고 지지세력에 가담했다.
IS는 수니파 주민뿐만 아니라 이슬람주의가 퇴색해가는 데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무슬림을 이념적으로 설득했다. IS는 이슬람의 가치를 벗어나는 모든 세력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완전 배척한다. 비무슬림에 가혹하게 응징하는 IS의 이념은 역시 근본주의를 내세우는 이슬람 테러단체인 알카에다보다 훨씬 극단적이지만 초기 이 슬람을 이상향으로 여기는 무슬림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아울러 IS는 다양한 매체를 선전ㆍ선동 및 홍보에 활용해 전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우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해 능하다. 로버트 해니건 영국 정보통신본부 신임 국장에 따르면 IS는 모술로 진격할 당시 하루 4만여개 글을 트위터에 올렸고, 월드컵이나 에볼라 등의 해시태그('#' 뒤에 특정 단어를 넣으면 연관된 글과 사진을 모아서 볼 수 있는 기능)를 이용해 실제로는 이슬람 메시지를 전파하기도 했다. 아울러 직접 제작한 영상을 내보내 분위기 형성을 주도한다.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를 시작으로 총 4명의 외국인을 참수하는 영상이 대표적이다.
이런 참수 동영상은 다른 테러단체들도 이용하지만, IS의 경우 출연 대원이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며 시종일관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는 차별성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최근 공개한 홍보 영상에서는 마치 할리우드 영화 예고편을 연상케 하는 현란한 기교까지 선보였다. ‘전쟁의 불꽃’이라는 제목의 1분이 채 안 되는 이 영상에는 로켓에 백악관과 미군이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이 나온다. ‘다음 편에서 계속’이라는 문구와 함께 막을 내려 호기심까지 유도했다.
■복지혜택 등 사회활동으로 지지세력 모아
IS는 라카, 모술 등 점령지역에서 정부가 제공하지 못했던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민의 마음을 얻고 있다. IS가 제공하는 사회적 서비스는 법적 틀 마련, 생계비 제공, 종교 강의, 개종 활동 등 다양하다.
우선 IS는 거점 도시인 라카에서 판사와 종교학자들로 구성된 법원을 운영해 이슬람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법정은 절도죄부터 금융범죄까지 다양한 사례를 다룬다. 라카 지역의 정치인들에 따르면 IS는 다른 시리아내 이슬람 반군에 주택을 빼앗겼던 사람에게 그 집을 돌려줬다. IS는 또 버려진 주택을 이라크 정권의 폭격으로 주거지를 잃은 이들에게 제공했다. 이들은 지난 7월 모술에도 두 곳의 샤리아 법정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IS는 아울러 점령지 주민에게 이슬람 교육을 실시한다. 동시에 자신들이 추구하는 사상을 주입시킨다. IS는 주민들에게 주머니에 들어가는 크기의 쿠란을 배포하고 지하드(聖戰) 노래와 IS의 군사 작전 모습이 함께 담긴 플래시 드라이브를 나눠주기도 한다. 오래 전 교육 시스템이 마비된 라카와 모술 인근 도시에 학교를 세웠다.
IS는 모술 장악에 앞서 보건, 치안, 복지 등 업무를 맡기 위해 일찌감치 준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점령 하루 전날 모술 서부의 한 병원이 폭격으로 파괴되자 IS는 즉각 주택을 개조해 병원으로 개방했다. 연료 문제 해결을 위해 쿠르드 지역을 통해 터키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했다. 점령 이후인 7월에는‘이슬람 경찰’을 창설해 주민 지원자들을 경찰로 고용하는 등 실업 문제를 해결했다. 아울러 빈곤 가정에 고기를 나눠주거나 모술 시내의 월세를 월 85달러로 깎아주는 등 적극적인 복지 활동을 이어갔다. 팔씨름 대회 등을 열어 주민들과 친분을 쌓기도 했다.
그래서 주민 중 일부는 IS가 모술을 점령한 이후 삶이 오히려 편해졌다고 말한다. 모술 중심부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파하드(30)는 미국 NBC와 인터뷰에서 “IS 전사들이 사람들을 해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정부군이 있을 때보다 오히려 편하게 살고 있고 이곳은 100% 안전하다”라고 말했다. 현지인 아부 사드르도 시사주간지 타임에 “IS가 오기 이전 모술은 매일 폭격과 암살에 시달렸지만 지금 우리는 안전하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분석가 찰스 리스터는 “IS는 사회활동을 통해 넓은 기반을 다졌다”라며 “지속가능하고 견고한 IS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데 이런 활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IS 성장의 뿌리 ‘수니파 차별’ 이해해야
미국은 IS를 궤멸한다는 목표 아래 9월 23일부터 공습을 이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IS는 죽음의 네트워크”라고 정의하며 IS 격퇴에 국제사회가 적극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공습은 초기에 효과가 있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미군 주도 공습으로 한 달 간 IS 조직원 464명과 알카에다 연계 반군 알누스라전선 대원 57명, 민간인 32명 등 550여명이 숨졌다. 최근에는 미군 주도의 공습으로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다쳤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IS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동안의 전략을 밀어붙여 세력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대 격전지인 터키 북부 접경도시, 시리아의 코바니 등을 한 달 넘게 공격하는 등 함락을 시도 중이다. 이라크에서 가장 넓은 땅을 가진 안바르주까지 넘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작전 초기부터 나왔던 ‘공습한계론’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습으로 큰 성과를 내기 어려운 이유로 우선 IS가 이미 점령지역의 지형지물에 익숙한데다 민간인과 혼재돼 있다는 점을 꼽는다. 또 모래바람 등 변화가 심한 중동 날씨와 미국의 약해진 인적 정보망 탓에 공습 목표지에 대한 정찰활동이 어렵다는 지적도 한다. 공습으로 자칫 무고한 민간인이 대량으로 희생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 등 서방이 IS를 테러단체로만 규정해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IS와의 전쟁은 테러리즘과 휴머니즘의 대결”이라며 공습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IS의 핵심 목표가 차별 받던 수니파의 입지를 넓히려는 데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IS는 쿠르드 자치정부와 같은 자치권도 없고 시아파들에 의해 기득권도 모두 빼앗겨 차별 받는 수니파의 현실을 극단적으로 개혁하려 들고 있다는 점을 우선 알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테러와의 전쟁 차원에서만 접근하면 현상과 대책이 불일치 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억압받던 수니파를 다독여줄 수 있는 협상안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우선 이라크 서부를 중심으로 수니파들이 자치 정부를 꾸릴 수 있게 해야 하며, 동시에 시리아 내전 해법을 찾는 데 국제사회가 적극 나서 IS의 주무대인 두 국가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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