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외국인타자 비니 로티노(34)는 주전 선수들이 대부분 휴식을 취한 9일에도 목동구장에 나가 방망이를 휘둘렀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그런 로티노를 두고“요즘 가장 절박하게 야구하는 선수”라고 말하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로티노의 내년 시즌 재계약은 불투명하지만 적어도 포스트시즌만 놓고 보면 염 감독의 말처럼 절실함이 묻어난다. LG와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박헌도에게 선발 좌익수 자리를 내줬던 로티노는 3차전부터 2번 타자로 나가 3안타 1타점으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도 로티노의 알토란 같은 활약이 계속되고 있다. 1차전에서 선취점을 올리는 2루타를 때린 데 이어 강정호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아 4-2 승리에 앞장섰다. 2차전에선 무안타에 그쳤지만 3차전에서 5회 0의 균형을 깨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8회 수비 실수로 패하지 않았다면 단연 히어로였다.
플레이오프에서 LG의 깜짝 스타로 떠올랐던 스나이더에 이어 로티노의 활약은 2000년 현대 용병 퀸란을 떠올린다. 퀸란은‘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부활한 원조격이다. 그 해 정규시즌에서 37개의 홈런을 쳤지만 타율이 2할3푼6리로 너무 낮았다. 하지만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두산에 3연승 후 3연패로 3승3패가 된 마지막 7차전에서 퀸란은 첫 타석 2타점 2루타에 이어 4회말 스리런, 8회말 쐐기 솔로홈런까지 때리며 혼자서 팀의 6점을 모두 책임졌다. 현대는 6-2로 우승을 차지했고 단 하루의 활약으로 퀸란은 한국시리즈 첫 외국인 최우수선수(MVP)가 됐으며 재계약까지 성공했다. 로티노도 퀸란처럼 반전드라마를 쓸 수 있을까. 한국시리즈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 로티노는 일단 염 감독으로부터 출전기회를 얻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