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없는 투명 비행기 상용화
화면 사이 마주앉아 동시 작업 등
LCD나 OLED 패널 빛 투과도
30%이상 높이는 기술에 달려
최근 영국 정부가 항공업체들과 손잡고 창문이 없는 대신 비행기 전체에 외부 환경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는 ‘투명 비행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를 모았다. 영국 정부가 자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운 생산공정혁신센터(CPI)가 3,4년 안에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데, 앞서 유럽의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도 2011년 또 다른 투명 비행기의 개념도를 공개했다. 최근 항공업계의 최대 화두가 연료비 절감을 위해 비행기 무게를 줄이는 것이어서 창문을 없애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창문을 없애면 승객에게 답답함을 줄 수 있고 이를 해결해야 하는 게 핵심인데, 업체들은 투명 디스플레이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투명 디스플레이는 유리처럼 투명한 디스플레이로 정보가 표시되는 영역이 투명해서 디스플레이 뒤의 사물이 보이는 것인데, 크게 투사형과 직시형으로 나뉜다.
투사형은 자동차 앞 유리나 안경 같은 유리에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유리의 반사율이 4%에 불과해 밝은 광원이 필요한 낮에만 사용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직시형은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같은 패널에 빛을 투과시켜 투명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는 사람의 눈이 인지할 수 있는 정도를 감안해서 투과도가 30% 이상이면 투명 디스플레이로 보는데, 지금 생산되는 LCD의 경우 편광판, 컬러필터 등 필요한 요소가 많아 투과도가 5, 6% 수준에 그친다. 최근 LG디스플레이가 최대 17%까지 구현에 성공했지만 30% 투명도를 달성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정현 LG디스플레이 수석연구원은 “LCD는 백라이트가 반드시 필요한데 투명 디스플레이 구현을 위해서는 백라이트 대신 외부광을 활용해야 한다”며 “하지만 대부분 환경에서 외부 빛의 세기는 LCD에서 쓰이는 백라이트의 밝기에 비해 어두워 화면이 어두워 제대로 된 투명 디스플레이 구현이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OLED는 LCD에 비해 편광판이나 컬러 필터와 같은 부품이 필요하지 않아 투명도 30%이상을 구현하기 더 용이할 것이란 전망이다.
일반 디스플레이 패널은 유리 기판을 쓰지만 투명 디스플레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유리판 위에 휘는 성질의 플라스틱 기판을 붙이고, 그 플라스틱 판 위에 전기전자 회로를 새긴 뒤 유기물을 입힌다. 그리고 이물질이나 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밀봉하고, 레이저를 이용해 플라스틱 판과 유리판을 떼어내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김 연구원은 “두 사람이 한 화면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동시에 게임이나 서류 작업을 하거나 버스 정류장 유리로 여러 사람에게 쌍방향 정보를 제공하고 매장 쇼 윈도우에 가격 정보를 한 눈에 보여주는 것이 가능해진다”며 “과거 ‘배불뚝이’ CRT 모니터에서 불투명한 평면 모니터 시대를 거쳐 얇고 투명한 디스플레이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 휘고 구부러지고 둥글게 말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도 뜨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역시 투명 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OLED를 활용하고, 공정도 비슷하다고 말한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기술 진화 단계에 따라 4단계로 나누고 있다. 1단계는 ‘떨어뜨려도 부서지지 않아(Unbreakable)’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특징을 지닌 것으로 2004년 미국 E-잉크(E-ink)사가 e-잉크를 기반으로 50dpi(1인치 당 도트 수) 해상도의 전자종이로 전자책을 발표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하지만 e-잉크의 경우 디스플레이 특성 상 256가지 색만 표현이 가능해 제약이 있고 무엇보다 동영상 구동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어 최근 E-잉크사를 제외한 다른 업체에서는 이 방식을 이용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개발에 관심을 끊고 있다.
2단계는 최근 갖가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활발하게 적용이 되고 있는 ‘구부릴 수 있는(Bendable)’ 형태인데, 지난달 말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 노트 엣지’는 모서리가 매끄러운 곡선을 처리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로 큰 관심을 끌었다. 또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기어핏’ 그리고 애플이 내년 초 출시할 ‘아이워치’ 등에도 곡면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쓰인다.
3단계는 굽혀도 원래 모양으로 되돌아 오는 탄력성으로 두루마리 형태로 ‘말 수 있는(Rollable)’ 특징을 지닌 것이다. 특히 지난 7월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공개한 18인치 디스플레이는 곡률 반경 30라디안(R)을 구현해 기술 진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R은 유연하게 휘어지는 정도를 나타내는 데 이는 디스플레이를 둥글게 말았을 때 원기둥 밑면에 해당하는 원의 반지름이다. 30R은 패널을 반지름 3㎝의 원으로 말아도 화면이 나오는 데 문제가 없는 것. 특히 이 디스플레이는 100만 화소에 육박하는 HD급(1200×810 픽셀)으로 OLED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크기이다. 업계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두루마리 TV도 가능하고 좁은 창문으로 큰 화면의 TV를 옮기느라 애 쓸 필요 없이 TV를 돌돌 말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옮기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4단계로 꼽히는 궁극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종이처럼 자유롭게 ‘접을 수 있는(Foldable)’ 형태이다.
최근에는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36개 기업, 연구개발 기관은 2017년 완성을 목표로 ▦60인치 대면적 ▦40인치 투과도 ▦곡률반경 100R ▦UHD급 초고해상도 화질을 지닌 유리처럼 투명하면서도 둥글게 말 수 있는 미래형 디스플레이를 개발 중이다.
김 연구원은 “투명디스플레이는 IT 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결합해 사용자의 터치 시선 음성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사람끼리 대화하듯 편리하게 정보를 입출력하고 시스템이 사용자의 환경을 감지, 파악해 가동된다”며 “여러 이용자와의 인터랙션 기술, 증강현실 기술, 환경 정보 인식 기술 등이 적용돼 쾌적한 IT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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