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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탈북, 북녘 가족 그리움 온몸으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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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탈북, 북녘 가족 그리움 온몸으로 표현"

입력
2014.11.0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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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스위스ㆍ호주 출신 이주민 공연팀

탈북女들과 이산 아픔 춤으로 표출

"삶 개척하는 단단한 의지 보여 줄 것"

5일 ‘떠나온 사람들의 이야기’ 리허설에서 탈북 여성들이 외국인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5일 ‘떠나온 사람들의 이야기’ 리허설에서 탈북 여성들이 외국인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가을비가 내린다. 아들 발자국 소리다. 우리 아들 얼마나 컸을까. 우리 아들 신발 사이즈는 얼마일까.”

5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홍은예술창작센터 1층 연습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남은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무용극 연습이 한창이다. 목숨을 걸고 탈북한 중년 여성이 북한에 두고 온 아들을 그리워하며 대사를 읊자 나머지 5명의 무용수들이 내면의 고통을 몸으로 표현한다.

13, 14일 무대에 올려지는 무용극 ‘떠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탈북자들이 춤으로 이산의 아픔을 그린 작품이다. 안무를 담당하고 극에도 출연하는 공연팀도 이주민 예술가들이어서 갈라지고 떠나는 별리(別離)의 의미를 더했다.

공연팀은 독일에 살지만 서로 다른 국적의 이주민 예술가로 구성된 ‘프라미스’다. 이들은 낯선 땅에서 이주민으로 살아야 하는 자신들의 삶을 2010년부터 ‘게스트(Guest)’라는 작품으로 표현해왔다. 한국 출신의 안무가 김형민(36)씨와 스위스 출신 안무가 토미 조이긴(41), 호주 출신의 극작술 연구가 케네스 스피테리(40)씨로 구성된 프라미스는 지난 5월 서울에서 공연 하다 탈북자 지원단체인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새조위)’의 신미녀 대표와 의기투합해 공동작업을 시작했다.

프라미스는 지난달 7일 새조위가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탈북 여성 4명과 함께 하루 2, 3시간 이상 연습하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극에는 탈북 여성 4명과 프라미스의 안무가 2명이 함께 출연한다.

안무가 김씨는 “독일 신문에서 탈북자들의 험난한 탈출 과정을 실은 기사를 본 후 그들이 어떤 여정으로 탈출했는지에 관심을 가졌다”며 “험난한 여정을 알고 나니 감히 우리가 이들의 삶을 연기할 수는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공연 배경을 설명했다. 공동 안무가인 조이긴씨는 “저도 독일이나 한국에선 이주민으로 이들(탈북자)과 다르지 않다”며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삶을 개척하는 단단할 삶의 의지를 공연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무용극은 시나리오 사전 제작 없이 탈북 여성들의 고백 위주로 구성됐다. 흙길을 무작정 걷고 뛰거나 북녘 땅을 바라보며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는 퍼포먼스가 주를 이룬다. 북한에서 평범하게 살았던 이들은 전문 무용수 못지않은 동작과 눈빛으로 내면의 고통과 불안을 연기했다. 8년 전에 탈북한 장성희(가명ㆍ54)씨는 “제가 걸어온 길이어서 자연스럽게 보였을 것”이라며 “북한에 아들을 두고 남편과 함께 탈북을 시도했지만 두만강에서 남편이 총에 맞아 강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보면서도 이를 악물고 내려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이번 공연을 통해 우리가 힘든 과정을 겪고 내려왔다는 걸 이곳 분들이 알아주고 북한 인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새조위와 서울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공연은 13, 14일 ‘문화역 서울 284’에서 열린다. 수익금의 일부는 탈북자를 위한 후원금으로 사용된다. (02)747-2944, 304-9100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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