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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일ㆍ대북 관계 기본원칙 재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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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일ㆍ대북 관계 기본원칙 재검토할 때다

입력
2014.11.0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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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별도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중일 정상회담은 아베 총리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전면적 관계 개선으로 흘러 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한중 양국에 가로막혔던 일본의 아시아 외교에 일단 숨통이 트임과 동시에 한국의 대일 강경자세가 돋보일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역사ㆍ영토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일본과 정상회담을 열지 못했다. 따라서 중국의 정상회담 수락으로 동북아 지역의 정치ㆍ경제 정세와는 별도로 한중 양국의 대일 공동 ‘과거사 저지선’의 일부가 무너진 셈이기도 하다. 특히 댜오위타오(센카쿠) 문제로 갈등을 거듭해 온 양국이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정상회담에 합의한 것이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전제로 일본과의 정상회담에 응할 태세인 박근혜 정부의 대일 외교 기본 원칙에 미묘한 파장을 부를 전망이다.

이번 중일 정상회담 성사의 결정적 계기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않을 것이란 아베 총리의 물밑 약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의 일본 국내 정치적 처지를 감안해 내용을 문서로 남기거나 발표하지는 않기로 했지만, 약속만으로도 오랫동안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를 역사문제의 핵심으로 인식해 온 중국 정부로서는 충분히 반길 일이다.

이와 달리 현재 한일 양국이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협의를 거듭해 온 위안부 문제는 거의 진척되지 못한 상태다. 야스쿠니 참배 문제와 달리 일본 총리 스스로의 행동 변화만으로는 해결에 이를 수 없다. 더욱이 중국과 정치체제가 다른 만큼 일본이 제안한 ‘성의표시’에 대한 평가와 수용을 정부가 독점할 수 없다. 국내의 이런저런 의견에 일일이 신경을 써야 해서 대일 관계에서 모종의 결단을 내리기가 좀체 어렵다. 이번 중일 정상회담에 대한 정부의 반응이 시큰둥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 비롯했다고 볼 만하다.

북한이 억류 중이던 2명의 미국인을 모두 석방한 것 또한 한국 외교의 ‘왕따’ 위기를 드러냈다. 오랜 외교 고립을 일본과의 ‘납치자 대화’로 해소한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이 대북전단 문제에 가로막히자 한국을 우회해 곧바로 미국에 손짓을 보낸 꼴이다. 북한의 전통적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이 되살아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번 석방만으로 북미 대화에 급속히 탄력이 붙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방북을 통해 양측이 추가 접촉의 기회를 마련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복잡하게 얽혀가는 주변 정세는 자칫 한국의 대일ㆍ대북 관계만 냉각 상태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 정부가 대일, 대북 관계의 기본 원칙의 재검토에 진지하게 매달릴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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