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연구 시작 2016년 결과물 도출, 오늘·내일 정상회의서도 논의
구체적 타결 시한 합의할지 주목… 美 주도 TPP 협상 타결은 내년으로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장관급 회의에서 ‘아시아ㆍ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 구상의 로드맵이 채택됐다. FTAAP는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움직임에 맞서 중국이 추진 중인 아ㆍ태 지역의 경제협력 구상으로 10, 11일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도 의제로 채택돼 논의될 예정이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 중심의 국제금융질서에 맞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에 발벗고 나선 데 이어 아시아ㆍ태평양 경제질서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세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APEC 회원국의 외교ㆍ통상 장관들은 7일부터 이틀간 열린 장관급 회의에서 “FTAAP 프로세스에 시동을 걸어 이를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한다”고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FTAAP 실현에 관한 공동 ‘전략연구’를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에 시작해 2016년까지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베이징(北京) 로드맵’이란 이름이 붙은 문건에는 전략연구 시작과 함께 FTAAP에 대한 점진적인 접근, 자유무역지대에 관한 정보교류 시스템 건립 등의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오후청(高虎城) 중국 상무부장은 “이번 APEC 회의를 통해 FTAAP가 개념 단계이던 ‘부화기’에서 로드맵을 마련하는 단계로 발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AFP통신 등 외신은 “당초 중국이 ‘타당성(예비) 조사’란 표현을 포함시키고 싶어했지만 ‘전략연구’란 선에서 절충이 이뤄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은 FTAAP가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이란 점을 부각시키고자 FTA 협상 용어인 타당성 조사를 포함시키고 싶어했지만, TPP를 중시하는 미국, 일본 등이 난색을 표하면서 한 단계 격하된 ‘전략연구’란 문구로 절충됐다는 것이다. 협의 과정에서 중국이 원했던 ‘FTAAP를 2025년까지 실현한다’ 등의 타결 목표 시한과 구체적인 단계적 조치도 언급되지 않았다.
장관급 회의에서 도출된 베이징 로드맵은 APEC 정상회의에 상정돼 각국 정상들의 비준절차를 기다리고 있어 구체적인 타결목표 시한이 합의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시 주석은 9일 베이징에서 각국 기업인과 경제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회의에서 “FTAAP (구축) 과정을 올해 개시하고 APEC에서 ‘FTAAP 실현을 위한 노선도’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또 “이 시대에는 새로운 큰 틀과 꿈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아태의 꿈(亞太夢想)’을 창조하고 수행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태의 꿈을 “아태 대가정 정신과 운명공동체 의식을 견지하면서 평화, 발전, 협력, 공동의 시대조류에 순응하고 함께 아태 번영과 진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 국가주석 취임 일성으로 ‘중국의 꿈(中國夢)’ 비전을 제시한 시 주석이 지역공동체 차원의 비전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아시아지역 경제 주도권을 쥐기 위한 본격적인 포석 중 하나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상회담에서는 이 밖에도 반부패 구상, 해양 협력, 혁신 주도의 성장, 여성의 경제참여 등의 안건도 논의될 예정이다.
한편 TPP 협상 타결은 내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은 “TPP 협상 참가 12개국이 8일 베이징 미국 대사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그 동안 TPP 협상에서 큰 진전이 있었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TPP의 원칙적 합의 도출을 시도했으나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지 못했다”고 9일 보도했다. 이로써 TPP 연내 타결은 사실상 물 건너가 내년에 각료회의를 재개해 조기 타결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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