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이나 편의점 같은 소규모 자영업 운영을 위한 대출이 급증하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가계부채 부실 위험이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제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지난 10월말 현재 134조원에 달했다. 해당 은행들의 2010년 말 자영업자대출 잔액이 94조원이었던 데 비해 4년 만에 40조원, 약 45%나 급증한 셈이다. 문제는 해당 대출의 연체율이 최근 급격히 치솟는 등 자영업 가계가 대출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대출 규제완화 등에 따라 주택담보대출도 최근 급증세를 타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잇단 부동산 대책 등에 힘 입어 주택 가격이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급격한 부실 위험은 덜한 편이다. 반면 자영업자대출은 불경기와 경쟁 격화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자영업자 수는 537만명으로 2009년 대비 10.4%나 늘었다. 자영업 가구의 평균부채도 같은 기간 7,131만원에서 8,859만원으로 24%나 커졌다. 하지만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월 평균 매출은 2010년 990만원에서 지난해 877만원으로 100만원 이상 떨어진 상태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의 대거 자영업 진출과 경쟁 격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인한 대출 부실 징후가 연체율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대비 10월 말 현재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하나은행이 0.44%에서 0.82%, 신한은행이 0.33%에서 0.5%로 상승하는 등 5대 시중은행에서만 10개월 사이에 0.3% 포인트 내외 일제히 올라갔다. 전반적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머지않아 국내금리도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자영업 대출자의 빚 부담이 향후 1~2년 간 오히려 더 커질 가능성이 짙다.
자영업자대출은 은행계정으로는 중소기업대출에 들어가지만, 본질적으로 가계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가계부채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자영업자대출의 실태와 위험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해 위험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를 서둘러야 한다. 다만 은행 등에 대출 부실에 대한 관리를 전적으로 맡길 경우, 금융사들이 기계적으로 연체율만큼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만기연장을 거부하는 등 오히려 가계 부담과 피해를 키우는 해법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당국은 자영업자대출 부실에 대한 금융사의 손실부담 범위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는 한편, 무책임한 가산금리 인상 등의 부작용을 예방하는 데도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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