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회복 위해 문화 접목 프로젝트, 작가 40여명 공공미술 작품 설치
재래시장 빈 가게 전시실로 개조, 유구인물·풍경 사진전 등 열어

한때 우리나라 섬유산업을 대표하는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한적한 농촌지역으로 머물고 있는 충남 공주시 유구읍이 문화예술마을로 변신하고 있다.
7일 오후 2시 유구읍 중앙2길 귀빈다방 2층 빈 건물에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벽면에는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자카드 직물로 만들어진 거북형상의 작품이 붙어있다. 이날은‘유구문화예술마을 만들기 프로젝트-금수만당(錦繡滿堂)’1차사업 완공을 기념하는 축제 개막일. 금수만당은 비단위에 수를 놓은 듯 모든 것이 꽉차고 만족스럽다는 의미이다.
유구읍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카드라는 무늬있는 직물을 생산하던 대표적인 섬유도시였다. 한국 전쟁 때 북한에서 섬유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집단으로 정착하여 1970~80년대까지 130개 업체에서 3,000여명의 종업원들이 종사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곳이다. 그러나 동남아 지역의 저임금 공세와 자동화로 지금은 40여개 업체에 종업원은 500여명으로 쇠퇴했다. 그럼에도 아직도 우리나라 실크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국내 유일의 색동천 생산지로서 섬유산업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전통 섬유도시 유구를 되살리기 위해 예술인들이 발벗고 나섰다. 쇠락한 섬유산업의 경쟁력과 지역경제 발전의 원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문화예술을 접목하기로 한 것이다.
충남도의 지역경제활성화 사업 공모에 당선돼 필요한 사업비를 확보했다. 우선 지역정체성 확보를 위해 역사와 지리, 문화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섬유산업의 역사와 관련된 자료들도 수집했고, 40여명의 작가들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섬유를 활용하여 다양한 작품도 제작했다. 지역곳곳에 대형벽화와 벤치 등 공공미술 작품도 설치했다. 특히 재래시장 안 빈 점포들을 작품 전시실로 개조해 장을 보러 온 주민들이 쇼핑과 함께 문화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유구화’로 이름지은 유구 생활사 전람소에서는 지역 곳곳에 깔려 있는 삶의 기억과 흔적들을 볼 수 있고, 시장 한복판 갤러리에서는 지역주민들의 현재 모습을 담은 유구인물 사진전과 거리와 골목 구석구석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풍경사진전도 열리고 있다.
중앙 2길에 위치한 섬유공장 외벽면에는 직물을 짜는 모습을 그린 대형벽화가 그려졌고 시장인근 골목에는 유구섬유가 구한말 고종의 어의를 짓는데 사용된 점을 기념하여 모자이크 타일 벽화도 들어섰다. 김병윤 대전대 교수는 99칸 기와집과 천주교 공소, 직물 공장 등 지역내 주요 건축물을 전수 조사하여 도면으로 만들어 자료화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3대째 직물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신직물 임영우(52)사장은“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야 한다”며“문화예술 작품을 통해 지역을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 유구의 직물도 널리 알려 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사업을 총괄한 임재일 사회문화예술연구소장(공주대 미술학과 객원교수)은“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금수만당의 뜻처럼 문화와 예술, 산업이 어우러져 유구의 영광이 재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허택회기자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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