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북한의 이주 노동자 수천명이 임금 대부분을 북한 정부에 강탈당하고 있다고 가디언이 7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현지 북한 노동자와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북한 정부가 지난 3년간 카타르에서 일하는 자국 노동자들의 급여 중 90% 이상을 챙겼다고 전했다. 이들 노동자들은 본국으로 돌아갈 때 급여를 모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일하지만, 실제로는 급여의 10%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받거나 아예 한푼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 도하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한 북한 노동자는 “우리는 정부에 외화를 벌어주기 위해 이곳에 와 있다”고 말했다.
북핵과 인권 문제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북한으로서는 외국의 북한 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주된 외화 창출원이다. 2022년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카타르 루자일 신도시에도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건설현장이 4곳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이 속한 건설현장이 월드컵경기장 건설현장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루자일 건설현장 중 한곳에서 만난 북한 노동자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보통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임금을 받지 않는다”며 “돈이 개인적으로 직접 들어오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자들은 아침부터 일을 시작해 다른 국적 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난 뒤에도 오래 남아 밤까지 일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인권단체인 국제노예노동반대기구(ASI)의 에이던 맥퀘이드 대표는 카타르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 강탈과 지나친 노동 강도 등을 거론하며 “정부 주도의 강제 노동”이라고 비판했다. 카타르 정부에 등록된 북한 노동자들은 모두 2,800명에 달한다. 카타르 노동사회부 대변인은 “북한 노동자들로부터 임금이나 처우 관련 민원이 접수되지는 않았다”며 “우리 정부는 전세계 각국에서 온 노동자들의 근로 여건 향상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탈북자 단체들에 따르면 전세계에 나가 있는 북한 노동자는 모두 6만5,000명에 달하며 주로 러시아와 중국, 몽골, 중동 등에 분포해 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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