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탄압 국제 비난 피하기" 분석, 美 대북정책 변화 이끌기엔 한계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케네스 배(46)와 매튜 토드 밀러(24)가 모두 석방됐다고 미 국무부가 8일 발표했다. 이번 석방으로 북미간 대화의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미국령 괌에 도착한 케네스 배와 매튜 밀러에 북한에서부터 동행한 인물은 미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었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월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을 지난달 21일 전격 석방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들은 모두 자유의 몸이 됐다.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인 석방을 위해 미국 정부를 대표해 교섭을 담당한 클래퍼 국장에게 감사한다”며 “미국인들의 석방을 위해 이익대표부로서 끊임없이 노력해 온 스웨덴 정부를 비롯한 전 세계 우방에도 감사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북한이 억류 미국인을 석방한 데 대해 “매우 감사하다”며 “오늘은 그들(케네스 배, 매튜 밀러)과 가족에게 매우 좋은 날이며 그들이 안전하게 돌아온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DNI의 브라이언 헤일 대변인은 성명에서 “석방된 미국인들이 클래퍼 DNI 국장과 함께 귀국 중임을 확인한다”고 발표했다. 케네스 배는 2012년 11월 북한에 억류된 뒤 지난해 4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지난 4월 북한에 들어간 매튜 토드 밀러는 6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
이번 석방과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미국에 어떤 메시지를 보냈고 미국은 이에 어떻게 호응했는가 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유럽연합(EU) 주도로 유엔 결의안을 통해 북한 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려는 논의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석방에 어떤 식으로든 호응해 오바마의 대북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북한 인권탄압에 대한 비난이 전세계적으로 점증하자 미국인 억류자들을 모두 풀어줬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북한정권은 인권 논란이 국제무대에서 전례 없이 오래가는데 놀라고 있고 그에 따라 유엔 차원의 북한인권 대응 움직임을 좌초시키는데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풀이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추진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사회의 비판론을 벗어나기 위해 풀어준 것”으로 해석했다. 차 석좌는 또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 직전에 억류자들을 석방한 것은 중국에 대해 ‘북한이 합리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미국에 대화를 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미가 있다“고 풀이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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