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사상 최악의 태풍인 ‘하이옌(Haiyen)’ 상륙 1년을 맞은 8일 희생자들을 위한 미사와 정부의 조속한 복구 지원을 촉구하는 집회가 피해지역 곳곳에서 이어졌다.
슈퍼태풍 하이옌으로 7,300여명이 사망 또는 실종된 중부 레이테주(州)의 희생자 묘역에는 이날 오전부터 유족 수천명이 찾았고, 주변 성당에서도 일제히 종을 울리며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태풍 참사 당시 수천명의 시민이 임시 대피소로 이용하던 타클로반의 공공 체육관에서는 희생자들을 위한 밤샘 기도회가 열렸다. 또 수천명의 시민은 정부가 여전히 피해지역 복구작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하며 신속한 지원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부분 어민인 이들은 지역 관리들이 피해지역 복구예산을 전용하는 등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 주택과 일자리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알프레드 로물알데스 타클로반 시장은 희생자 추모행사에서 후손들이 대대로 그날의 참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이들의 희생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로물알데스 시장은 그러면서 향후 하이옌과 비슷한 초대형 태풍이 몰려오더라도 이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앞서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7일 피해지역인 사마르 섬을 방문한 자리에서 타클로반 공항을 이전하고 영구주택 20만5,000채를 건설할 것이라며 이재민들을 격려했다.
지난해 11월 레이테 일대에는 순간 최대 풍속이 시속 315㎞에 이르는 하이옌이 엄습해 7,35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400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약 120만 채의 가옥이 전파 또는 일부 파손되고 농경지가 쑥대밭이 되면서 129억달러 상당의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한국과 미국, 유엔 등 국제사회는 당시 필리핀에 각종 구호물자를 지원하고 구조대와 복구 인력을 파견했다. 아키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1,600억 페소(36억달러) 규모의 종합복구대책을 공식 승인, 본격적인 복구작업에 들어갔다. 복구대책에는 인프라 재건과 해안지역 주민 이주, 이재민 생계 지원대책이 포함됐다. 태풍 피해지역에는 1년이 되도록 수만명의 이재민들이 기본 인프라조차 갖춰지지 않은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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