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실크로드기금’(본보 17일자15면)에 400억달러(약 43조8,000억원)를 먼저 출자하겠다며 다른 나라들도 참여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8일 베이징(北京)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비회원 국가 정상들과 함께 연 ‘연결과 소통, 동반자 관계 강화를 위한 대화’에서 이러한 내용을 밝혔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앞으로 이 기금을 통해 일대일로(一帶一路) 주변 국가들의 기초시설, 자원개발, 산업협력, 금융협력 등 연결 및 소통과 관련된 사업에 대한 투자와 융자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크로드기금은 개방적인 기금으로, 지역이나 업종 사업별로 자(子)신탁(베이비펀드)을 설립할 수도 있다”며 “아시아 역내외 투자자의 적극 참여를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실크로드기금에 출자할 400억 달러는 최근 출범이 공식화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초기 자본금 500억 달러에 맞먹는 규모다. 특히 시 주석이 직접 아시아 역내외 투자자의 참여를 독려한 만큼 AIIB처럼 우리나라를 비롯 다른 국가에 출자를 요청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일대일로란 시 주석이 지난해 9월 카자흐스탄에서 중앙아시아를 겨냥해 제안한 ‘실크로드경제벨트’(一帶)와 그 다음달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 동남아시아 및 서남아시아 국가들을 향해 내 놓은 ‘21세기해양실크로드’(一路)를 묶어서 이르는 말이다. 실크로드경제벨트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시장을 교통망 등으로 긴밀하게 엮은 뒤 유럽까지 연장하는 전략을, 21세기해상실크로드는 중국-동남아-인도양-유럽 국가를 잇는 해상 교역로를 건설하는 구상이다. 당나라(육상)와 명나라(해상)의 실크로드 옛 영광을 재현,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겠다는 것이 시 주석의 의지다. 이를 통해 실크로드 관련국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 들여 새로운 국제 질서를 정립하고, 미국의 봉쇄도 뚫겠다는 계획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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