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폴 매카트니의 아내로 순간 포착의 사진미학 보여줘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이 개막했다. 린다 매카트니는 영국의 록 그룹 비틀스의 베이스를 담당한 폴 매카트니의 아내로 유명하다. 남편과 함께 윙스라는 밴드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린다는 1960년대 음악가들의 촬영을 맡았던 유명 사진작가였다.
미국 태생인 린다 매카트니의 초창기 작품은 아티스트들을 촬영한 것이다. ‘타운 앤 컨트리’라는 잡지사에서 일하던 중 우연히 유명 밴드 롤링스톤스를 촬영하면서 사진작가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에릭 클랩튼, 밥 딜런, 사이먼 앤 가펑클, 지미 헨드릭스 등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아티스트들의 사진이 전시장 한 켠을 가득 메운다. 린다 매카트니에게는 촬영 대상자를 편안하게 하는 특별한 힘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카메라를 무릎에 올려놓고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진을 찍었다. 스타에게서 자연스런 인간적 매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린다의 삶은 폴 매카트니를 만나면서 변화를 겪었다. 슈퍼스타의 가족이 된 후 왕성하게 밖을 돌아다니지는 못하게 됐지만 린다는 항상 사진기를 들고 있었다. 사진기는 그와 세상을 만나게 하는 창이었다. 결혼 이후 그는 가족을 찍기 시작했다. 자신과 남편 폴, 딸 헤더, 메리, 스텔라, 아들 제임스, 그리고 애완견 마사의 일상 매 순간을 사진에 담았다. 가족 밖의 모습도 놓치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는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풍경과 사람들을 찍은 사진과 채식주의자인 그가 동물보호운동에 참여하면서 찍은 사진도 볼 수 있다.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에 기술적 독특성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린다는 결정적 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한 프랑스의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대공황의 기록자로 유명한 미국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워커 에반스의 영향을 받아 사진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사진에 담는 대상이 사진기의 존재를 최대한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했다. 어머니의 뒤를 이어 사진작가가 된 메리 매카트니는 “어머니의 신조는 언제나 ‘단순하게’였다”고 말한다. 사진을 찍어야만 하는 중요한 순간을 찾아내는 것이 사진작가로서 린다의 재능이었다. 폴 매카트니는 “린다는 셔터를 눌러야 하는 정확한 타이밍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사진전은 매카트니 가족이 1998년 유방암으로 사망한 린다를 기리는 전시이기도 하다. 남편 폴과 딸 메리, 스텔라가 직접 전시 구성에 참여했다. 가족과 주변인이 찍은 생전 린다의 모습도 함께 전시돼 있다. 1960년대 아티스트, 특히 비틀스에 관심이 많은 팬에게는 놓칠 수 없는 전시다. 이 전시는 내년 4월 26일까지 이어진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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