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위안화 예금 규모 217억 달러, 전체의 33%… 한달 만에 또 최고치
시중은행 3%대 금리로 고객 유치, 달러화 비중은 58%까지 떨어져

국내 거주자가 은행에 맡긴 외화예금 가운데 위안화 예금 비중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장기간 달러화 일색의 패턴에서 벗어나 위기 시 외화 안전판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다. 막 걸음마를 뗀 원ㆍ위안화 직거래 시장 발전에도 든든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현황’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전체 거주자 외화예금(664억1,000만달러) 가운데 위안화 예금(217억달러) 비중은 32.7%에 달해 지난달(32%)에 이어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0월 한 달 간 늘어난 외화예금 27억3,000만달러 가운데 위안화 예금(13억5,000만달러)이 달러보다 많을 정도로 위안화 예금의 증가세는 이미 달러를 능가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까지 전체 외화예금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던 위안화 예금이 급증세를 탄 건 작년 10월부터다. 국내 투자자들이 달러화를 위안화로 바꾸는 홍콩시장의 스와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기본적인 위안화 예금 수익(이자)에 더해 교환 시 추가 수익까지 노릴 수 있게 되자 위안화 예금 매력이 급상승했다. 올 하반기 들어서는 위안화 정기예금을 주로 취급하는 중국계 외은 지점들이 예금 금리를 3% 후반대로 일제히 높이면서 예금규모 증가세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전체의 80~90%에 달하던 미 달러화 예금의 비중은 지난달 사상 최저인 57.9%까지 낮아졌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고객 유치 차원에서 국내 은행들도 위안화 정기예금 판매에 나서고 있어 위안화 예금 증가세는 당분간 더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이번 주 공시이율에 우대금리 0.2%포인트(내년 6월까지)를 얹어 연 3%대의 금리를 적용하는 위안화 예금을 출시했다. 대부분 환율 등락 위험을 헤지한 기관투자가 중심의 중국계 외은지점 예금과 달리 개인 대상의 위안화 예금상품은 이자보다 큰 환 손실을 볼 수도 있지만 개인들의 관심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위안화 예금규모 확대는 최근 출범한 원ㆍ위안화 직거래 시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은 국내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위안화를 필요로 할 때, 원화→달러화→위안화의 2중 환전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위안화 예금이 증가할 경우 국내 은행을 통해 위안화를 직접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면 국내 수출업체 등의 위안화 결제 비중이 늘어나 위안화 예금규모가 늘어나는 양방향의 상승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한국일보가 7일 주최한 ‘2014 차이나포럼’ 축사에서 “한ㆍ중 금융협력 강화의 첫 성과로 6일 중국 교통은행이 국내 위안화 청산은행으로 출범했다”며 “위안화 직거래 활성화를 포함, 우리나라가 위안화 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하는 데 양국 중앙은행이 공동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