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퇴직 후 발병한 뇌종양으로 사망한 근로자에게 법원이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상덕 판사는 7일 전 삼성전자 근로자 고(故) 이윤정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다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은 유모씨에게도 산재를 인정했다.
이 판사는 “원고들이 근무하는 동안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화학물질, 극저주파자기장과 같은 작업환경상의 유해요소에 지속적ㆍ복합적으로 노출된 후 뇌종양 등이 발생했다”며 “질병의 발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판사는 요양승인 청구의 거절 사유가 된 2010년 근로복지공단의 해당 작업장 역학조사에 대해 “2010년은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작업환경 관리가 강화돼 원고들이 재직한 2000년경에 비해 훨씬 개선된 상태였으므로 2010년의 측정 결과가 2000년경의 작업환경을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며 “중대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고교 3학년이던 1997년 5월부터 삼성전자 온양사업장 반도체조립라인의 검사공정에서 일하다 2003년 퇴직했다. 전업주부로 생활하던 중 2010년 5월 뇌종양 진단을 받고 산재로 인정해 줄 것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하자 2011년 4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이씨는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2년 5월 사망했고 남편이 소송을 이어갔다.
2000년 7월에 채용된 유씨는 2001년 11월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았다. 병가 후 복귀했으나 증상이 악화돼 다시 휴직을 했고 2003년 3월 결국 퇴직했다. 현재 골수 이식을 받지 못해 약물치료와 수혈을 계속하고 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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