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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병원 진료비 덤핑하며 환자 불법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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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병원 진료비 덤핑하며 환자 불법 유치

입력
2014.11.0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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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50% 할인해 드립니다. 저희 병원으로 오세요.”

일부 병원, 진료비 깎아준다며 환자 유치…건강검진ㆍ수술비 절반 가격에 덤핑

“최대 60% 할인. 110개 항목 건강검진 140만 원→60만 원. 이벤트 기간 2014년 00월~00월까지.” “한 달 동안 인공관절수술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진행합니다. 비용 때문에 고민하셨던 무릎 인공관절수술, 이제 반값으로 수술 받으세요.” “종합검진 100만 원→53만 원. 컴퓨터단층촬영(CT)는 뇌ㆍ폐ㆍ심장ㆍ척추 중 택일. 검진 프로모션은 2014년 00월까지만 우대로 가능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대상자는 비용을 차감해 드립니다.” “선착순 100명에게 임플란트 치료 시 뼈 이식 비용 반값, 임플란트 3개 식립 시 한 개 무료.”

‘진료비 할인’이라는 달콤한 유혹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병원이 있다. 이런 병원은 수술비, 건강검진비를 50~60% 깎아준다고 홍보한다. 또 진료 시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항목을 현장 할인해 주며 환자를 현혹한다. 접수비를 면제해 주는 곳도 있다.

병원의 진료비 할인은 서울ㆍ경기ㆍ인천ㆍ대구 등 전국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할인 유형도 다양하다. 요즘 유행하는 소셜커머스(SNS)를 통해 이루어지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할인 쿠폰을 발급하기도 한다.

일부 병원은 인근 지역의 기업, 아파트 단지 등과 협약을 맺고 건강검진비, 진료비를 수십% 할인해주고 VIP 카드를 발급해 우대 혜택을 주기도 한다. 건강검진에 CT나 MRI까지 무료로 포함하기도 해 진료비 덤핑이 심각한 병원도 있다. 이 같은 진료비 할인 내용은 포스터, 입소문, 온라인 등을 통해 알린다.

문제는 진료비 할인이 의료법 위반이라는 점이다. 의료법 제27조에 따르면,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와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보건복지부도 최근 진료비 할인이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한 카드회사와 제휴한 안과?성형외과 등에서 진료비 중 일부를 현장 할인 하는 서비스에 대해 의료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해석했다.

또 2011년 소셜커머스 업체가 수수료를 받고 의료인을 대신해 할인된 의료쿠폰이나 시술권을 공동판매 해 특정 의료기관을 이용토록 하는 것도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병원들이 진료비를 할인하는 이유는 경쟁은 살아남기 위해서다. 새로운 병원이 전국에서 우후죽순처럼 늘면서 환자 모시기 경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윤인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 수는 2013년 기준 6만4,047곳, 병상은 62만9,629개다.

지금도 신도시나 개발이 한창인 지역에는 중?대형 병원들이 계속 신축 중이어서 병원들의 살아남기 경쟁은 점차 치열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렇게 국내 총 병상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과 달리 환자가 입원해 병상을 채우는 병상 가동률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병원경영 전문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병상이 늘고 있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라며 “그러나 병원의 평균 병상 가동률은 70%에 그친다”고 했다.

진료비 할인의 가장 큰 문제는 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데 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병원의 진료비 할인 경쟁이 심화되면 적정 진료를 보장하지 못하고, 결국 피해를 보는 환자가 양산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인천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증상이 심한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수술을 미뤘다. 그렇게 통증을 참고 지내다가 인근 B병원에서 진료비를 할인해 준다는 말을 듣고 수술대에 올랐다. 그러나 A씨는 수술 1년이 지난 최근 인근 대학병원에서 재수술을 받았다. A씨를 재수술한 한 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수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척추 수술 부위의 조직과 신경이 뒤엉켜 상태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 재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진료비 할인은 환자가 직면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 그러나 해당 병원들은 원가를 보전해야 하기 때문에 양질의 의료를 담보하기 힘들다. 결국 치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고, A씨 사례처럼 환자에게 이중고를 안겨줄 수 있다.

검사비를 대폭 할인해 주는 건강검진도 피해가 잠재돼 있다. 암 세포나 심?뇌혈관 문제를 발견하려면 정밀한 진단 장비로 검사한 후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꼼꼼하게 판독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계 전문가들은 박리다매식의 저가 건강검진은 ‘오진’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른 대학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건강검진 비용을 대폭 낮춘 병원은 성능이 떨어지는 중고 CT나 MRI 장비를 운영할 수 있다”며 “촬영 후 판독이 힘들거나 판독 과정이 정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강검진을 받았는데도 암을 발견하지 못한 게 B씨 사례다. 2010년 당시 57세였던 B씨는 그해 3월과 2011년 3월 병원에서 흉부 방사선 촬영 등이 포함된 건강검진을 받았다. 결과는 두 차례 모두 ‘정상’으로 나왔다. 그러나 건강에 이상을 느껴 2011년 4월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폐암 말기였다. B씨는 항암치료를 받던 중 그 해 9월 사망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병원이 B씨 측에 위자료 188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건강검진 당시부터 폐암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흉부 방사선 사진의 화질 불량 또는 잘못된 판독으로 병원 측이 폐암을 진단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병원의 진료비 할인 정책이 심화되면 적정 진료를 보장하지 못해 의료 질을 떨어뜨리고 결국 환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시장 논리에 따라 값싼 의료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보장 받을 수는 없다”며 “결국 재수술을 받거나 병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TV 등 특정 기업이 생산한 상품은 표준화가 돼 있기 때문에 전국 어디에서든 저렴하게 구매하면 소비자에게 이득이다. 하지만 전국 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는 표준화하거나 정량화할 수 없기 때문에 낮은 진료비만 쫓아 병원을 선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한 의료계 전문가는 “환자들에게 달콤한 유혹인 진료비 할인은 국민건강보험 재정까지 갉아 먹을 수 있다”며 “보건 당국은 진료비 덤핑을 하는 병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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