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에 억압적인 분위기의 나라일수록 인터넷에서 동성애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동성애에 대한 견해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무려 응답자 98%가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해 동성애에 가장 억압적인 나라로 나타났다. 이어 아프리카의 케냐는 국민의 92%가 동성애를 반대했다. 이 두 나라는 실제로 모두 동성애를 반대하는 정치인을 뽑는 경향이 강하고 가혹한 반동성애 법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그러나 잡지 마더 존스(Mother Jones)가 최근 ‘구글트렌드’를 분석해 본 결과 이 나라들의 속마음은 달랐다.
구글트렌드는 특정 키워드에 대한 전세계 검색량 통계를 제공하는 자료로, 가장 대중적인 '빅 데이터(Big data) 도구'로 인정받고 있다. 구글 트렌드 데이터에는 설문조사에 반영되지 못한 진심이 나타났다.
파키스탄은 게이 포르노 관련 세 가지 키워드를 가장 많이 검색한 나라에 올랐다. ‘게이 섹스 사진’(gay sex pics) 키워드를 검색한 횟수는 케냐가 1위, 파키스탄이 3위였다.
표면적으로는 전 국민적이 동성애를 혐오하는 듯 보였지만 두 나라의 내부에는 상당히 큰 동성애 관심군이 암암리에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텔레그래프는 “구글 검색창은 정부의 의견이나 다수의 의견 때문에 조작된 응답이 아닌 진정으로 개인이 무엇을 원하고 생각하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들 나라의 동성애자들은 검색을 통해 개인적인 궁금증을 해소하고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최근 BBC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비밀스런 파키스탄 게이의 삶’에서 인터뷰한 게이 청년은 “12년 전 온라인을 통해 가장 먼저 한 것은 ‘G-A-Y’를 검색창에 입력한 것이었다”며 “검색을 통해 동성애자들이 가입되어 있는 그룹을 찾았고, 그 지역의 동성애자 12명과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는 사람들이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욕망을 더 이상 억누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관심사를 찾아보게 됐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 사람들은 자신들의 성적 욕구를 포함한 다양한 욕망들을 억누르거나 위험한 경로를 통해 해소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온라인 환경은 같은 키워드를 검색한 이용자들이 서로 모이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현민지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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