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경제 격차 줄었지만… 동독 주민은 여전히 2등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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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경제 격차 줄었지만… 동독 주민은 여전히 2등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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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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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 재건에 2조유로 도입… 작년 동독지역 GDP 서독의 67%, 연금·물가 감안 실질 구매력은 90%

경제 차 완화 속도 떨어져… 동독지역 실업률 감소는 젊은이 대거 서독 이주가 주요 원인

독일 베를린 베르나워 거리에 남아있는 옛 베를린 장벽.

독일 통일이 20여년 지난 지금 남긴 것은 무엇인가.

지난해 옛 동독 지역 일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서독의 67%이다. 통일 이듬해인 1991년 33%와 비교하면 두 배로 늘어났다. 지난해 동독 지역 실업률은 10.3%로 독일 평균실업률(6.9%)과 서독 지역(6%)보다 3.4~4.3%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실업률은 2005년 18.7%를 정점으로 계속 내려가는 추세를 보이면서 역대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일인당 소득을 비교하면 동독 주민들의 사정이 더 나아진 것은 분명하다. 독일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동독 일인당 평균소득은 2만6,502유로로 서독(3만2,007유로)의 83% 수준이었다. 독일 할레경제연구소(IWH)는 동독 지역의 경우 1인당 GDP가 서독의 67%에 불과하지만 연금 제도에 의한 정책적 재분배 효과 등으로 동독의 가처분소득을 서독의 84%로 제시했다. 여기에 동독 지역 물가가 서독보다 6% 낮다는 판단 근거를 들어 지난 8월 동독 지역 실질구매력을 서독의 90% 수준으로 별 차이가 없다고 추정했다.

IWH 예측은 현실에 상당히 부합한다. 독일 디차이트에 따르면 2011년 식기세척기 소유 가구 비중은 서독 68.8%, 동독 60.6%, 전자오븐은 서독 71.8%, 동독 72.7%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처럼 통일된 독일 사회는 겉보기에 독일 정부가 동독 지역 경제 재건에 집중하면서 경제적 격차가 완화해 두 지역 주민들의 상생 토대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면을 분석해보면 실질구매력 10% 차이를 능가하는 다양한 문제점들이 베일을 벗는다. 2014년 독일 통일 연례보고서가 언급한 것처럼 동반성장 흐름 속에서도 동독 지역의 경제적 성취 대부분은 베를린 장벽 붕괴 후 첫 10년간에 걸쳐 주로 이뤄졌다. 2001년 동독은 서독 GDP의 61%까지 추격했으나 이후 12년간 6%포인트를 줄이는데 그쳤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동서독 지역간 경제적 격차가 줄어드는 속도가 최근 들어 현저히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동독 실업률 감소에도 숨은 요인이 있다. 연례보고서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180만명의 동독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독으로 이주한 점을 실업률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동독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3%로 서독(20%)보다 높아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분석과도 일맥상통한다. 사반세기 동안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경험한 동독 주민들의 권리의식은 신장됐지만 경제력은 여전히 차이가 난다는 상대적 불평등이 높아지고 있는 점, 지난해 동독 주민들의 일인당 월평균 연금이 1,040유로로 서독 주민들보다 97유로 적은 점 등도 불씨다. 독일 최고 인기스포츠인 축구의 경우 분데스리가 1ㆍ2부리그 36개팀 중 동독 지역 연고는 세 군데에 불과하고 동독 주민들은 베를리너차이퉁을 읽는 반면 서독 주민들은 슈피겔지를 선호하는 등 경제적 격차에 의한 문화ㆍ스포츠 활동과 의식의 간극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통일’이라는 열매를 수확하려는 독일 주민들의 일치된 노력 덕에 독일사회는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독일은 1991년부터 ‘통일연대세’라는 직접세(초기 세율 7.5%에서 1998년 5.5%로 인하)와 유류세와 담배세 등 간접세 부과로 현재까지 2조유로를 동독 지역 재건에 보탤 정도로 서독 주민들은 희생을 감수해 왔다. 동독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의 가장 상징적인 결실은 통독 후 처음 동독 출신인 앙겔라 메르켈이 총리가 된 대목이다. 미하엘 부르다 훔볼트대학 교수는 “통일의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터널을 지나면 빛이 보이기 마련”이라며 통일 독일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예상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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