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현 신간 '대통령과 종교'서
美군정ㆍ반공 세력ㆍ장로 대통령...
권력과의 유착 역사 살피며 비판
격월간지 '공동선' 최근호에서는
美 맹신 극우세력과의 관계 분석
한국 현대사에서 개신교가 보수세력과 함께 어떻게 동반성장해왔는지를 분석하는 책과 글이 잇따라 나왔다.
“개신교는 축복받은 종교다.” 종교 전문 기자 출신 언론인 백중현(CBSi 이사)씨는 이렇게 단언한다. 신간 ‘대통령과 종교’(인물과사상사)에서다. 백씨는 종교와 권력이 어떤 관계를 만들면서 갈등 혹은 유착해왔는지를 살폈다. 그 줄기는 개신교의 권력화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역대 최고 권력자 중 3분의 1은 ‘장로 대통령’이었다. 이승만 김영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들이다. 제헌국회 임시의장으로 추대된 이승만 전 대통령은 개회사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언급했다. 또 모든 의원이 일어서 기도로 개회를 하도록 했다. 성탄절은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웃종교인 불교의 석가탄신일이 공휴일이 된 건 26년 뒤인 1975년이다.
역시 장로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무릎을 꿇고 기도한 건 유명한 일이다. 그는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 ‘서울을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서 낭독’ ‘청계천 복원사업 준공 예배’ 등으로 이미 물의를 빚었다.
백씨는 개신교가 한국 사회에서 승승장구한 토대를 미국으로 본다. 일제가 끝난 직후 ‘해방군’으로 미국이 들어섰고 개신교는 ‘미국의 종교’였던 까닭이다. 개신교는 곧 ‘힘의 종교’가 됐고 권력과 도움을 주고 받으며 커나갔다.
백씨는 “잘 맞아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한국 현대사에서 변화의 시기마다 우연찮게 개신교에 기회가 생겼다”며 개신교의 여섯 가지 천우신조를 제시했다.
첫째는 서구열강의 각축장이 된 한반도에서 거의 유일한 치외법권이 교회였다는 사실이다. 해방 정국에서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미국의 종교’였던 개신교는 이 시기 주류 종교로 등극했고, 미군정의 도움으로 압축성장의 기틀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이다. 백씨는 “영어가 가능한 개신교인들의 통역정치, 일본이 남기고 간 적산 배분 특혜, 개신교 대통령의 지원을 통해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개신교에겐 6ㆍ25전쟁도 도약의 계기였다. 주류 개신교가 반공 이념으로 무장을 시작한 때다. 전쟁 뒤 공산정권과 대립한 북한의 개신교인들이 대거 월남한 탓이 크다. 백씨는 “이로 인해 북한은 개신교 소멸국가로, 남한은 갑작스런 부흥국가로 탈바꿈했다”며 “남한의 개신교는 반공이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군사독재정권이 들어서면서는 반공에 친미까지 더해 정권과 협력했다. 산업화 시기엔 농촌을 떠난 농민과 도시빈민을 교회가 대거 흡수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뒀다.
개신교가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한 때는 1990년대 이후다. 민주화 투쟁의 열매인 직선제가 개신교엔 정치 개입의 호재였다. 백씨는 “이미 대형화, 조직화한 개신교의 정치적 영향력이 더욱 거세졌다”며 “대선, 총선,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의 교회 방문이 잇따른 것도 이때부터”라고 돌아봤다. 2007년 대선에서 대형교회의 보수 목사들이 설교나 기도회를 통해 이명박 당시 후보를 지원한 건 주지의 사실이다.
백씨는 “개신교는 이른바 진보 정권이었던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대정부 투쟁을 주도하고 보수 개신교 장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그 힘을 과시했다”며 “국가권력과의 관계에서 종교는 절대 주변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격월간지 ‘공동선’은 최근 발행한 11ㆍ12월호에서 한국 주류 개신교와 극우세력의 관계를 분석했다. 한국 사회에서 극우의 다른 이름은 ‘종미(從美)’다. 목사 출신 종교작가 류상태씨는 공동선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 사회에서 미국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종미 현상의 중심에는 개신교 주류 교회들이 있다”며 “이를 진단하려면 개신교 선교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적었다. 한국 개신교의 양적 부흥은 미국 근본주의 개신교 선교사들의 입국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류씨는 “미국을 따르는 주류 개신교회의 맹신적인 태도는 자신들의 뿌리가 미국 개신교에 있다는 신념에서 출발한다”며 “미국의 극우 기독교 사상은 지금까지도 한국 주류 교회의 신학과 사상을 지배할 뿐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우리 민족을 일제에서 해방시켜 준 나라’ ‘빨갱이로부터 구해준 은혜의 나라’라는 생각에서 나아가 ‘미국은 곧 절대선’이라는 맹목적인 종미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개신교의 권력화, 극우화를 비판적으로 짚어봐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곧 부패와 타락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류씨는 “배타적 교리신앙이 개신교의 보수정통으로 인식되면서 개신교회가 사회의 존경을 받기는커녕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해치는 위험한 집단으로 비난받는 현실이 됐다”며 “새로운 시대에 교회가 역할을 하려면 교회가 먼저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과 종교’의 백중현씨는 “위기와 위력이 공존하는 현 시기 개신교는 그야말로 소용돌이 치는 변화의 물결의 중심에 서있다”며 “국가권력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변화를 요구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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