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달리 기피 안해 경쟁률 8대1
선발하는 법원 눈치보는 것도 문제
“국선 사건 귀찮아하던 시절은 업계가 호황이던 옛날 이야기죠. 이젠 국선전담변호인 되려고 기를 쓰고 경쟁하고, 되면 (자격을) 유지하려고 (재판부) 눈치 보는 건 비밀도 아닙니다.”(전 국선전담 변호사)
변호사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국선전담변호인이 특혜가 됐기 때문에 전담변호인을 없애고 국선변호사 제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정재룡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은 ‘국선변호제도의 일원화 및 관리감독의 강화’보고서에서 “2004년에 대법원이 국선전담변호사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변호사들이 국선변호 사건을 기피하거나 부실한 변론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피의자 및 피고인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것이었으나, 현재와 같이 국선변호 사건을 맡으려는 변호사가 폭증한다면 소수의 변호사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제도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33조에 근거한 국선변호인 제도는 일반 국선변호인과 국선전담변호인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일반 국선변호인은 관할 법원에 등록한 변호사 중 무작위로 지정돼 변론을 맡기는 것으로, 구속영장 실질심사 단계의 변호는 15만원, 형사합의사건 변론은 40만원의 사건 당 보수가 지급된다. 이와 달리 개별 법원이 면접 등을 통해 지정하는 국선전담변호인은 국선 사건만 전담(월 22건 가량)하는 조건으로, 월 800만원에 사무실 운영비도 매달 50만원을 수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8년 83명이었던 국선전담변호인은 올해 229명에 이른다.
돈이 없어 사선 변호인을 고용하지 못하는 피고인을 위한 국선 변호는 과거에는 기피대상이었으나, 이제는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일반 국선변호인으로 활동하기 위해 국선변호예정자명부에 등재된 변호사는 2010년 2,269명에서 올해는 4,244명으로 4년 사이에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선전담변호사 경쟁률도 2007년 1.9 대 1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8.1 대 1로 대폭 증가했다. 더 이상 특혜를 주지 않아도 국선 변호를 맡을 변호사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대법원 관계자는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국선전담변호인의 처우가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일반 국선변호인보다 전담변호인의 변론의 질적 수준이 높고, 효율적이라는 제도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5년 7개월간 일반 국선변호인과 국선전담변호인의 무죄 비율은 2.2%와 2.3%로 거의 차이가 없다.
지난해까지 국선전담변호인으로 활동한 한 법조인은 “법원이 선발하다 보니 아무래도 국선전담변호인으로 선정된 후 법원의 눈치를 봤던 게 사실”이라며 “법원이 선발권을 가진 것 자체로 변론권을 위축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법원의 영향력 아래 있는 국선전문변호인 제도를 없애고, 대한법률구조공단처럼 법무부 산하에 독립적인 국선변호인 관리 기구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일본의 종합법률지원법처럼, 국선변호인의 사무에 대한 구체적 법령 역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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