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시작 후 150여 차례 전화통화… 브로커, 경찰 고위직 인맥 두터워
금픔 오가지 않고도 로비 가능, C경감은 브로커와 골프 즐기며 가명 사용
사건 피의자에게 고용된 브로커와 수사기간 중 수십차례 통화를 했던 경찰청 핵심부서 간부(본보 11월 3일자 10면)가 경찰청에 보임하기 전에도 브로커와 150여차례나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통화는 모두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시기에 이뤄진 것으로 브로커에게 경찰의 수사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한층 짙어지고 있다.
6일 경찰과 법원에 따르면 지방의 한 경찰서장으로 근무하다 올해 1월 경찰 정기인사 때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으로 발령받은 A 총경은 지난해 5월부터 인사 전까지, 8개월 간 브로커 정모(53ㆍ구속기소)씨와 150여차례 전화통화를 주고 받았다. 5월은 N사 대표 이모(50)씨가 횡령 등의 혐의로 특수수사과의 수사를 받기 시작한 시점으로 정씨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파악해 달라’고 청탁해 정씨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A 총경이 과장으로 부임해 온 1월부터 경찰이 이씨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올 3월까지, 정씨와 A 총경이 약 40차례 통화한 것까지 더하면 10개월의 수사 기간에 둘 사이에 190여번이나 연락이 오간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최근 징역 3년이 선고된 정씨 1심 재판에 증거로 냈으며 지난달 중순 경찰에 A 총경에 대한 비위통보를 하면서 근거 자료로 함께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을 진행 중인 경찰청은 현재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둘 사이에 금품이 오간 사실이 검찰 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전화 통화를 한 것만으로 수사 정보 유출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을뿐더러 브로커 정씨의 로비로 특수수사과장이 나서서 수사를 축소했다고 볼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감찰 착수 초기 “두어명 비위 통보가 왔지만 혐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석연찮은 대목이 많다. 일단 법원이 정씨에 대한 1심 판결을 내리면서 횡령 사건 수사의 필수인 계좌 압수수색 영장 신청이 없었던 점, N사 관계자들이 소환 대상 등 수사 정보가 정씨를 통해 전해졌다고 진술한 점 등이다. 수사 정보의 유출과 수사 축소의 가능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또 정씨는 전직 경찰청장 B씨의 국회의원 선거를 돕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데다, B씨 외에도 다른 경찰청장을 지낸 인사 여러 명과 깊은 친분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A 총경에게 금품을 주지 않고도 얼마든지 전화통화만으로 ‘고공 로비’를 할 수 있는 인맥이 충분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들어 경찰 안팎에서는 “고위직과 친분이 두터운 정씨가 A 총경을 (수사가 진행 중인) 특수수사과장에 오도록 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될 정도다. 검찰이 조사한 정씨의 통화 내역에는 A 총경 외에도 경찰 중간간부급인 경정 이상에게 지급되는 관용폰이 4, 5개가 등장하는 등 40여명의 현직 경찰과 3,200회의 전화를 주고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것만 봐도 정씨의 넓은 경찰 인맥을 유추해볼 수 있다.
한편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N사를 조사하면서 정씨와 690여차례 통화를 주고 받은 사실이 드러나 A 총경과 함께 감찰을 받고 있는 C 경감은 정씨와 주말 골프를 즐기면서 가명을 사용해 신분을 숨기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 경감에 대해서는 경기경찰청에서 감찰이 진행 중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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